미국 애플컴퓨터사가 누적적자와 M&A설 등 이중고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탈출을 위해 애플은 지난 3월 전체 직원의 30%를 정리해고 하고 주력제품 생산라인의 일부를 폐쇄했다. 또 창업주였던 스티브 잡스 전회장을 상담직으로 영입하는 등 나름대로 고단위 처방을 내렸지만 아직 가시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컴퓨터업계 관계자의 대다수는 애플의 최대 실패는 제품전략에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애플이 1989년께 매킨토시의 운용체계(OS)를 다른 회사에 라이센스했더라면 윈텔(Wintel)진영과 대등하게 경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좀더 고속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면 애플이 상당한 시장셰어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니면 애플이 90년대 초 「뉴턴」과 「제너럴매직」 「컬레이더」 등 새로운 제품과 기술에 힘을 쏟았더라면 매킨토시가 업계표준으로 정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들은 상당히 현실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곤경에 빠진 본질적인 문제점은 애플의 최대 재산이었던 「설계자 집단」을 스스로 파괴해 버린 데 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애플에는 「이밴젤리스트(전도사:Evangelist)」라 불리는 컴퓨터 설계자들이 있다. 이들은 사외에 적극적으로 「매킨토시」의 참신성을 전도했다. 즉 이 이밴젤리스트를 통해 애플은 외부 설계자 집단에 대한 기술전이를 활발히 이뤄왔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이밴젤리스트를 지원하기 위해 막개한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애플은 사내의 설계능력에 머물지 않고 사외설계자의 힘까지 빌여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93년 최고경영책임자(CEO)에 취임한 마이클 스핀들러가 이 이밴젤리스트제도를 폐지해 버렸다. 그 결과 애플은 중요한 설계자들의 집단을 상실하게 됐다. 사외에 매킨토시의 우수성을 전도하는 연결통로가 막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 무렵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밴젤리스트와 서더파티 설계자를 지원하는 애플의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설계자집단을 육성할 목적으로 애플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 집단의 존재가 최근 몇 년 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요인이 됐다는 것은 이 회사의 경영진까지 공언할 정도다.
마침내 지난 3월 애플이 이 이밴젤리스트제도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지난 1분기에만 4억8천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적대적 인수, 합병(M&A)설에 시달리고 있는 애플. 과연 전도사 집단의 힘을 받아 재기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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