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시국회와 새 방송법

올초 국회 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처리시한을 넘긴 새 방송법이 오는 5월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처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새 방송법의 임시국회 재논의 전망은 주무부처인 공보처와 정보통신부, 국회 문화체육공보위원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이 내다보는 밑바탕에는 새 방송법 제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듯하다.

새 방송법안은 현재 「방송위원회의 권한강화」와 「대기업,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 여부」를 놓고 여야간 이견으로 아직 국회에 계류중에 있다.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가 방송위의 권한강화를 주장하는 방송학자, 시민단체의 여론에 눌린데다 위성방송을 놓고 벌어지는 각 기업과 신문사간에 다툼이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95년부터 3년째 표류하고 있는 새 방송법 제정은 올해도 예년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국회 제도개선특위가 지난 2월말 대기업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허용 문제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마감시한을 넘김에 따라 위성방송을 준비해 온 업체들은 이미 기대난쪽으로 결론을 내고 장기전 태세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방송법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법안의 최초 상정시기인 지난 95년보다 오히려 악화됐다는 점이다. 「한보사태」로 인해 정치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김현철씨의 방송사 인사개입설까지 불거져 방송법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마저 일고 있다. 심지어 새 방송법의 제정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게 되리라는 전망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18일로 상용서비스 1주년을 맞는 무궁화위성은 새 방송법 제정 지연으로 본격적인 상업방송에 착수하지 못한 채 통신서비스만의 반쪽 위성으로 전락해 버렸다. 통신서비스쪽의 수요 폭주에도 불구하고 방송용으로 남겨놓은 중계기를 놀려 하루 1억원씩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제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위성만 띄워놓고 법을 제정하지 못해 위성방송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아시아권에는 「퍼펙TV」 「JSkyB」 등 미국과 일본의 거대 위성TV방송사들이 총 2백50개 채널로 프로그램 공세를 펴고 있다. 내년에도 1백10개 채널로 무장한 일본 이토추, 미국 에코스타와 태국 M그룹의 합작 방송사인 「ABCN」 등이 아시아 TV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진출할 예정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한반도를 겨누고 있는 외국의 위성은 40여개를 넘어섰고 우리 안방에는 15개의 외국 위성방송 채널이 들어와 있다.

앞으로 새 방송법안이 국회 제도개선특위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국회 문체공위에서 심의된다고 해서 이 법안이 제정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새 방송법안이 상임위로 다시 이관된 것에 대해 조기제정 전망이 제시하고 있으나 오히려 제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제도개선특위가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허용」이라는 민감한 정치쟁점을 지나치게 의식해 새 방송법 제정을 회피한 것과 마찬가지로 문체공 삼임위가 이의 제정에 적극 나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이 법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위성방송사업자 선정과 준비과정을 거치면 적어도 내년 이후에나 상업적인 방송이 가능하다. 결국 무궁화위성 1호는 수명의 절반인 2년을 공전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무궁화위성방송 채널의 조기활용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고 한다. 국회가 새 방송법을 하루바삐 제정해서 방송자원의 낭비를 막고 다국적 기업의 전파공세에 대처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새 방송법 처리에 실망만 거듭했던 방송계 및 민간 사업자들의 기대를 이번 임시국회가 저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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