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생명공학과 인간복제

최근 영국 과학자들이 「돌리」라는 암양을 복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복제인간의 탄생 가능성을 놓고 사회, 윤리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기술이 인간복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생명공학분야 기술발전은 특히 90년대 들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복제양 실험은 암양의 난자에 4백50회의 세포핵 이식을 실시해 2백77개의 핵이식란(核移植卵)을 만든 다음 이를 여러 마리의 대리모 암양의 자궁에 삽입, 복제양 1마리를 생산했다고 하니 약 0.2%의 성공률을 보인 셈이다.

이 실험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보통의 상황에서라면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복제인간 1명을 만들기 위해 4백50개의 체세포와 미수정난이 각각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보해 핵이식까지 성공했다 하더라도 수십명에 달하는 대리모가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인간복제를 위한 실험이 은밀하게 진행될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종교계, 학계 인사들은 최근 개최된 각종 토론회에서 인간복제를 위한 유전자 실험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법률 제정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토론회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각계 인사들이 모여 토론을 통해 「인간복제」 문제를 국민적 관심사로 공론화했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인간의 이성과 과학자의 양심을 신뢰할 수 없다면 이러한 논의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질없는 것 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위대한 과학적 발명이 잘못 쓰였을 경우 인류에게 큰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이미 수 없이 경험했고 또 지금도 겪고 있다.

핵문제만 해도 그렇다. 핵확산 금지조약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당수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또 어느 국가가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목적의 원자력기술 개발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도 현재 국가 총 전력생산량의 약 40%를 원자력에서 얻고 있고 의료분야에서도 원자력 기술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인체유전자 연구는 현미경 수준의 미세한 물질을 실험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구와 실험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만큼 이를 통제하는 것은 원자력의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도 어려운 과제다. 유전자 연구는 원자탄을 개발한 「맨해턴 프로젝트」나 우주선 개발을 위한 「아폴로 계획」 등과 같이 많은 연구비와 거대한 연구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에서 이루어진 복제양 「돌리」의 경우에도 연구팀이라야 고작 4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인간복제 연구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모의실험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상황에서 복제인간의 출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성급한 우려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이라는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또 몇 개의 진공관으로 출발한 컴퓨터가 오늘날 디지털 혁명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을 생각하면 인간복제 문제도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가」를 논하기 전에 「그것이 언제쯤 우리에게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것인가」를 따져보고 그 대비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추세로 볼 때 생명공학분야의 기술개발 속도가 컴퓨터 분야의 그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李喆祥 생명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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