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산가전제품의 가격덤핑

외산 가전제품의 가격인하 공세에 가전3사가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다. 외산 가전제품의 가격덤핑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입가전업체들이 백화점과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 소니와 마쓰시타의 TV, 휴대형 카세트 등을 국산제품보다 엄청나게 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 신세계 백화점에서 실시된 정기세일 행사기간에 소비자가격 1백7만원 하는 소니 29인치 TV 「27S20」가 72만원에 판매되었으며 1백20만원 하는 최신형 29인치 TV 「27S25」도 86만원 선에 팔렸다. 국산 동급모델의 경우 기능이 단순한 저가형 모델의 가격이 82만원이고 대다수가 1백만원을 웃돌고 있으며 최신 고급모델의 경우 1백5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보면 일산제품의 가격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휴대형 카세트는 이보다 가격차가 더 심하다. 백화점 세일기간 동안 마쓰시타의 파나소닉 브랜드의 워크맨 「RSX40」이 정상 소비자가격의 70% 선인 13만원에 판매됐으며 19만원짜리 워크맨 「WMFX334」는 무려 90%나 할인된 2만9천9백원에 판매됐다.

백화점 세일이 「노마진」이나 「원가 이하의 할인판매」 행사로 그동안 「있어왔던 일」이라고 보아넘길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소니 및 마쓰시타의 전자제품 무차별 할인판매는 백화점 세일행사뿐 아니라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더하다.

한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소니 브랜드의 29인치 TV가 같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국산 동급모델보다 10만원이나 싼 68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휴대형 카세트도 백화점에서의 할인판매 행사 때보다 더 싸게 팔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보도다.

정부는 오는 99년 말부터 일본산 TV, 오디오 컴포넌트, 캠코더, VCR, 휴대전화 등 각종 가전제품 수입을 전면 허용할 방침이다. 수입가전업체들이 최근 일산제품을 수입가격 이하로 싸게 판매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시장개방에 대비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수입상들이 무차별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제 행정력을 동원한 가격통제는 바랄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무한정 방치할 수도 없는 처지다. 국내 가전시장의 유통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우선 수입관리 강화가 시급하다. 정부가 수입관리를 강화할 경우 외산제품 수요확대를 막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철폐도 그 시행이 시급한 시점이다. TV의 경우 없는 가정이 없다시피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TV를 사치성 제품의 소비억제를 목적으로 한 특별소비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들어선 우리 사회에서 TV를 포함, 대부분의 주요 가전제품을 「사치성 소비재」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세수(稅收) 확대차원에서 일부 가전제품에 특소세를 부과해 온 것이 일산제품과 가격경쟁에서 뛰떨어지도록 한 결과를 낳았다. 경기불황과 외산 가전제품의 무차별 가격공세가 계속되고 있는만큼 특소세 철폐를 과감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수입가전제품의 가격인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외산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의식을 바로잡는 일이다. 이제는 국산품 애용을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도 「외산제품이면 무조건 좋다」는 외산 선호풍조를 버려야 한다. 전자업체들이 소비자가 국산제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품질향상과 가격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외산제품의 수요확대를 막는 방법은 국산제품의 품질향상과 서비스의 지속적인 향상이라는 점을 업체는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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