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인공 신소재를 구현하는 반도체 에피탁시 기술

李蕃

80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전기공학과 학사

84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전기공학과 석사

88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전기공학과 박사

91년∼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미국 벨(Bell)연구소가 47년 발명한 반도체 생성 및 응용기술은 전자시대의 새 장을 여는 산업혁명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발전하는 이 기술은 전 산업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게르마늄(germanium)과 실리콘(silicon)이라는 단일원소 반도체에서 발전한 화합물 반도체는 자동카메라, 레이저프린터, 콤팩트디스크, 휴대전화기, 위성중계기, 광고용 대형 3원색 컬러디스플레이 등 일반 생활용품에서 정보통신기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 결정구조는 천연상태의 다이아몬드와 같이 기하학적인 일정한 모양을 갖고 있다. 원소들이 자연적인 원리에 따라 순서대로 흡착, 생성되며 종류에 따라 형태와 물리적 특성이 많이 다르다. 반도체는 용어 그대로 불순물의 종류와 농도의 증감에 따라 부도체에서 전도체에 이르는 다양한 전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실리콘 반도체 소재는 고온성장방법을 통해 생성된 긴 대구경 원통형을 가래떡처럼 1 미만의 두께로 얇게 잘라 원형 기판(wafer)으로 만들어진다. 생성된 기판은 순도높은 단결정이어서 주로 일반 전자소자 제작에 활용된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가는 대용량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초고속 전자신호나 광자신호를 생성, 처리할 수 있는 소자가 필요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화합물 반도체다.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에 비해 초고속 전자이동 특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빛까지 발생시킬 수 있어 광기능 소자로 활용됨은 물론 차세대 소자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화합물 반도체 기판으로는 3-5족인 갈륨비소()와 인듐인()이다.

갈륨비소 기판은 실리콘 기판 제작방법과 비슷하게 고온 액상으로 만들어지나 소자제작에 적합한 고품질 소재를 생성하기란 쉽지 않다. 실리콘 반도체와 달리 두 개의 원소결합으로 이루어져 1 대 1의 정확한 배합과 규칙적인 배열을 가진 결함없는 단결정을 고온에서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합물 반도체로 고순도 소재와 광기능 소자를 비롯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소자를 얻기 위해 인위적인 에피탁시(epitaxy)기술을 이용하게 됐다. 에피탁시는 「그 위에 박막을 입힌다」라는 뜻의 새로운 기술용어로, 3차원적인 자연생성방법과 달리 평평한 박막을 기판 위에 2차원적으로 생성하는 방법이다. 에피탁시에 의해 성장된 박막소재는 고순도이며 2개 이상의 여러 가지 원소가 함유돼 있는 이종박막(hetero-epitaxy)을 입힐 수 있다. 이들 박막구조에 대한 여러 가지 공정을 통해 화합물 반도체 소자가 만들어진다.

박막성장법은 50년대 후반에 사용된 액상 에피탁시(LPE:Liquid Phase Epitaxy)를 시작으로 기상 에피탁시(VPE:Vapor Phase Epitaxy)가 있다. 80년대 이후에는 복잡하고 정밀한 화합물 소자구조를 제작하기 위해 유기금속 화학기상 증착법(MOCVD:Metal Organic Chemical Vapor Deposition), 분자선 에피탁시(MBE:Molecular Beam Epitaxy), 화학선 에피탁시(CBE:Chemical Beam Epitaxy) 등이 새로 개발됐다. 박막 생성방법이 발전하면서 박막 두께는 단원자층인 2옹스트롬 정도에서 수십 마이크론까지 정확히 조절하여 성장할 수 있게 됐고 소재종류도 이원계 원소의 결합뿐 아니라 3원계나 4원계 에피성장이 가능하게 됐다.

또 이종박막층을 연속적으로 쌓을 수 있는 장점으로 새로운 소자특성을 갖는 여러 가지 다층박막구조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이들 다층박막구조의 자유로운 설계는 반도체 특성이 되는 밴드갭(bandgap)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하고 이로 인해 밴드갭 엔지니어링기술이 발전했다.

에피탁시기술의 발전으로 빛을 본 것은 얇은 이종박막들로 구성된 양자 우물(quantum well)구조 및 인공 초격자(superlattice)의 실제적인 구현과 양자효과의 확인이었다. 70년대 이미 이들 구조에 대한 물리적 이론이 정립되고 우수한 소자특성이 예상됐지만 에피탁시기술의 미비로 80년대 초까지도 2차원적인 전자구속과 양자효과가 보여질 수 있는 약 2백옹스트롬 미만의 얇은 우물층과 그를 둘러싼 양면에 급준한 장벽층을 이루는 다층박막구조는 성장할 수 없었다. 그 후 양자 우물구조에 필요한 다층박막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화합물 반도체 소자구조의 변화와 특성이 급속히 향상됐다.

한 쌍의 얇은 이종박막층을 반복적으로 성장시켜 인위적인 격자배열구조를 만들어 반도체 기본특성을 변화시킨 인공 초격자와 얇은 장벽을 전자가 관통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 박막구조들도 계속 창출됐다. 최근에는 양자효과가 더욱 증가할 수 있는 1차원적인 양자선(quantum wire) 및 0차원의 양자점(quantum dot)에 대한 저차원 양자구조의 생성과 신기능 소자의 활용방법에 대해서도 활발히 연구중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결정의 자연적인 생성현상 이해와 소자크기의 미세화 공정기술에 대한 연구가 병행해야 한다.

화합물 반도체 격자 내 원소들은 동일계열일지라도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일반적으로 다르고 조성방법에 따라 격자상수가 달라진다. 이종박막층은 상대적으로 압축이나 인장응력이 발생해 밴드갭이 변하며 응력의 정도가 심하면 전위로 인한 많은 결함이 발생한다. 화합물 소재와 실리콘 소재의 격자상수 차이는 매우 커 실리콘 박막기술과 화합물 반도체 박막기술을 접목해 다기능 집합회로를 창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온성장이나 조성의 점차적인 증감(compositional grading)방법으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는 다원계이므로 3원계 이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조성에 따라 동종의 원소가 마구 섞인 알로이 격자구조(random alloy lattice structure)로 구성된다. 하지만 종류에 따라 격자 정배열(lattice ordering)이나 조성 상분리(compositional phase separation)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격자 정배열은 이상적인 단결정 구조여서 전자이동속도를 증가시키는 장점 등이 있다.

그러므로 3원계 알로이구조를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갖도록 단원자층 수개 두께를 얇은 한 쌍의 이원계 박막으로 정배열하는 짧은 주기 인공 초격자(short period superlattice)구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조성의 점진적인 증감을 포함한 다원계 다층박막구조를 디지털방식으로 조성원소의 수를 줄여 여러 종류의 단원자 에피층을 주기적으로 쌓는 디지털 알로이(digital alloy) 생성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다원계 박막의 격자 정배열을 인위적으로 나열하게 되면 상하의 얇은 이종박막간에 응력 보정(strain compensation)이 돼 전위발생률이 극히 낮은 무결함 박막성장이 가능하다. 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격자구조와는 매우 다른 고순도 인공 신소재 결합이 가능해 차세대 소자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소재특성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 기대되는 인공 신소재의 특징은 밴드갭 조절이 자유롭고 주어진 박막의 격자가 무결함으로 정배열을 이루어 어떠한 이종접합도 가능하며 다층구조에서 양자효과가 극히 높아진다는 점이다. 차세대 소자에 필수적인 기능이라면 우선 광전소자는 전자와 광자가 1 대 1로 매우 빠르게 교환되고 초고속 전자소자는 격자 내에서 전자같이 무게가 극히 적은 운반자가 산란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화합물 반도체의 광기능 박막소재에 대한 연구도 광범위하게 진행돼 3-5족 다원계인 알루미늄-인듐-갈륨-비소-인 에피층은 조성을 적당히 조절해 적외선 대역에서 적색을 포함한 황색 대역에 필요한 정보통신용 소자로 활용되고 있다. 녹색을 포함한 청색 발광소자가 최근 일본에서 처음으로 질화물계 화합물인 알루미늄-인듐-갈륨-질소 박막소재를 이용해 개발됐다. 이로 인해 빛의 3원색인 적녹청색(red-green-blue)을 혼합한 광원이 개발돼 시각매체 제작기술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중요한 박막소재로는 2-6족 다원계가 있다. 3-5족 반도체와 물성 및 광학적 특성이 매우 비슷해 가시영역을 포함, 10마이크론 대역의 원적외선 영역까지 오랫동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이미 청색레이저 창출에 활용되기도 했으며 최근 안정성에 대한 연구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외에도 4족 박막소재인 실리콘-게르마늄 알로이를 이용해 실리콘의 차세대 전자소자로 대치하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거울처럼 평평한 기판 위에 2차원적인 막을 입히는 기존의 에피성장기술 외에도 다기능 집적회로 구성을 위해 3차원적인 모양을 가진 기판을 이용한 패턴성장(patterned growth), 식각공정이 삽입된 재성장(regrowth), 일정한 부위만 선택한 박막성장(selective area growth), 거울에 붙어 있는 물방울처럼 평평한 기판 위에 3차원적 결정성장(3 dimensional growth) 등에 대한 다차원적인 에피성장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최근 급격히 발달하는 멀티미디어 광통신에 필요한 광전 집적회로(OEIC:Opto-Electronics Integrated Circuit)와 휴대폰, 위성통신의 핵심부품인 초고속 고주파 집적회로(MMIC:Microwave Monolithic Integrated Circuit)에 적용된다.

최근 특히 신호처리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필요한 초고속 전자신호 처리기술과 서로 다른 종류의 통신망간 연계성을 고려한 다기능 집적회로도 에피성장과 공정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깊이 연구돼야 한다.

단순한 반도체기술을 이용한 과거의 트랜지스터 발명은 놀랍게도 짧은 반세기 동안 끊임없는 신소재 창출과 연쇄적인 박막성장기술의 발전을 유도했으며, 21세기의 문턱에 들어서는 오늘날 반도체 관련산업을 인간과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첨단기술로 자리잡게 하고 정보통신시대를 열어 지구촌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최근 인간의 욕구에 따른 멀티미디어 단말기에서 급변하는 광섬유 유선망과 고주파 무선망에 필요한 신기능 핵심소자들의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기반이 되는 에피성장기술이 우선 확고히 자리잡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노력으로 얻어지는 새로운 에피성장기술의 확보는 단순히 차세대 통신망을 예상한 핵심부품기술을 공급할 뿐 아니라 나아가 과거의 트랜지스터 발명처럼 예상외로 더욱 인간적이며 창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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