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슬로바키아 냉장고공장(삼성 칼렉스)에서 철수키로 결정함에 따라 그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현지 내수시장의 판매가 부진해 경영이 악화된데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칼렉스사를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지분매각을 요청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공장에 대한 지분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삼성전자가 갑자기 매각 결정으로 돌아선 데 대해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는 44.8%인 이 공장의 지분을 85%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현지 정부와 협상을 벌여왔다.
지분 확대는 경영권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뜻이며 이는 곧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가겠다는 의지와 다름 아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한때 칼렉스의 경영난을 들어 삼성전자에 삼성, 칼렉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지분매각으로 나온 것이다.
매각 결정의 또다른 이유인 판매부진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또 올해 삼성, 칼렉스는 모두 30만대의 냉장고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생산대수를 4만여대 정도 늘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칼렉스사에 대한 플랜트 수출과 얼마간 관련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업계 한쪽에서 나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1년 5월에 칼렉스사와 1억2천7백만달러 상당의 냉장고용 컴프레서 플랜트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금 결제는 가동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7년 동안 상환토록 돼 있어 삼성전자는 오는 2001년에 가서야 수출대금을 모두 받게 된다. 그런데 국영기업인 칼렉스사의 경영이 최근 악화돼 수출 대금을 제대로 상환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삼성, 칼렉스의 지분 확대보다는 칼렉스에 수출한 대금의 회수가 급선무로 떠올랐다.
1억2천7백만달러는 자본금 1천80만달러를 포함해 삼성전자가 그동안 삼성, 칼렉스에 투자한 3천7만달러의 4배를 웃도는 액수다.
그런데 수출대금의 상환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슬로바키아 정부의 협상이 최근 난항을 겪고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칼렉스사의 경영난을 들어 대금지불의 조기상환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삼성전자는 삼성, 칼렉스에서 먼저 손을 떼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협상이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경우 자칫 삼성, 칼렉스에 대한 투자금액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수출대금을 조기에 상환받기 위해 지분매각을 협상카드로 내민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지분을 매각한 대가로 받게 될 금액은 9백만달러.
그동안의 환율변동을 고려해도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에 비하면 거의 헐값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삼성, 칼렉스의 매각과 칼렉스에 대한 컴프레서 수출은 별개의 안이며 수출대금의 상환도 슬로바키아정부의 지불보증 아래 원금과 이자가 제대로 회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협상이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이번의 지분매각으로 상당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공장 철수로 해외 진출에서 처음 비싼 수업료를 냈으며 동유럽권에 진출해 실패한 첫 사례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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