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전자상가의 컴퓨터(PC) 주변기기 및 소모품 등을 취급하는 일부 매장은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그래픽프로그램 등 다양한 상용 소프트웨어를 CD로 불법복제한 후 단속의 눈을 피해가며 이를 장당 2만∼3만원씩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상인들의 자체 정화운동을 통해 한때 불법복제 행위가 잦아드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CD 레코더의 가격이 4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보급이 확산되자 일부 상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불법복제한 CD를 용산전자상가 인근에서 암거래하고 있다.
일부 매장의 경우 고객이 가져온 소프트웨어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내용을 CD에 백업해줄 뿐 불법복제는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고객이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면 『같은 프로그램은 우리도 가지고 있으니 도루 가져가고 내일 복제본을 찾으러 다시 오라』고 말하거나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이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인기있는 기타 상용 프로그램을 남는 CD 공간에 채워주고 있다.
더욱이 이들 매장은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 후 단속요원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아예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다 확보하고 있으니 필요한 프로그램 목록만 적어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일부 대담한 상인들은 불법복제 제품을 원하는 구매자를 직접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현재 시중에서 인기있는 수십 종의 PC용 게임 또는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한장 또는 두장의 CD에 나눠 복제한 후 이를 내용물에 따라 2만∼2만5천원씩에 팔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말을 이용해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용산지하차도 입구에 복제 프로그램의 리스트를 붙여 놓은 후 행인들과 똑같은 차림으로 서 있다가 구매자가 나타나면 자신이 메고 있던 보조가방에서 복제CD를 꺼내 팔고는 신속히 자리를 떴다가 몇분 후 다시 나타나 다른 구매자와 거래하는 수법으로 단속의 눈을 피하는 노련함마저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단속으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행위가 눈에 띄게 줄긴했지만 일부 얌채상인들 때문에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단속과 업체 자정작업도 중요하지만 불법복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의식도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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