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전반적인 전자산업의 경기침체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로 빚어진 수출경쟁력의 상실과 연초부터 불거져 나온 노동법 파문 및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부도라는 한보사태와 주변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 등은 마치 소설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러한 악재만을 거듭하고 있는 요즘의 어려운 경제 속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어떠한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21세기의 첨단 업종인 컴퓨터업계 역시 요즘의 풍파를 견디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IPC, 멀티그램,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던 유망했던 기업들은 물론 하루에도 수십개의 중소 유통 및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안타깝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IPC의 부도로 촉발된 중소컴퓨터 유통 및 제조업체들의 연쇄부도는 업계의 열악한 구조적 문제점들을 노출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사실 그동안 PC업계는 외적으로는 「가격파괴」라는 구호 아래 지나칠 정도의 가격경쟁을 벌여 출혈을 촉발했고 내적으로는 무절제한 어음거래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망 추진으로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혼란과 피해를 미치는 등 예견된 위기상황을 자초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 지금의 현실을 그저 관망만 할 수 없음은 모든 경영인의 책무다. 조속히 내실을 다지고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앞서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이 전문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혁신을 위한 리엔지니어링, 지출억제, 광고비삭감, 그리고 정부의 긴급자원 조달 등 헤아릴 수 없는 방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기업의 군살을 빼기 위한 소위 「다운사이징」 방안은 여느 기업을 막론하고 과감히 추진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비용절감을 통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단기적인효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기업활동이 위축되기에 초기에 볼 수 있었던 비용절감의 효과마저 상쇄돼 그것이 단언코 모범해답이 될 수는 없다.
또 한가지 많은 제언들 중에 아낌없는 기술투자만이 불황을 탈출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그런 과감한 투자를 하기에는 금융시장은 물론 사채시장마저도 꽁꽁 묶여 있다는 현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실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는 그 기업을 필요로 하고 또 그 기업에게 필요한 고객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고객의 소리를 더욱 귀담아 듣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가장 튼튼한 기업, 어떠한 악재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실있는 기업, 외형이 큰 것보다는 속이 알찬 기업으로 가는 길은 바로 각 기업을 믿고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튼튼한 바탕 위에서 여러가지 차선책들이 각 기업들의 실정에 맞게 조화되고 가미될 때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李鍾權 현주컴퓨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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