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언젠가 한 일간신문에서 8만1천2백58개의 경판으로 이루어진 팔만대장경에 새겨져 있는 총 5천2백30만자에 하나의 오자, 탈자도 발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5년간 수백명이 쓴 글씨체가 균일하다는 기사를 보고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우리 민족의 탁월한 우수성과 재능에 커다란 감명받은 바 있다.
통상적으로 1만의 품질수준은 검사자의 노력으로 달성이 가능하고, 1천은 시스템 측면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1백, 아니 5을 다투는 것이 세계 반도체 품질시장인데 비해, 우리 민족은 이미 7백60년 전 팔만대장경을 통해 무결점(0)과 균일성이라는 완벽한 품질수준을 달성했던 것이다.
남의 집을 방문하면 정돈된 집안 상태와 음식솜씨로 부인의 수준을 가늠하며 안정되고 편안한 주인의 태도와 그 집안 아이들이 어떻게 인사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집안의 가풍과 부모의 인격을 평가하게 된다.
기업의 경우 고객은 그 회사의 품질을 평가할 때 근무하는 종업원을 보고 평가하게 된다. 내부고객인 종업원의 집합체가 품질문화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내부고객의 생각과 태도가 바로 외부고객의 눈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 국제화, 정보화 해가면서 제품의 품질수준은 다른 경쟁업체와 점점 비슷해져 종업원의 서비스 속도, 적극적인 사고방식 등 소프트한 요소의 차이가 회사 전체의 품질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세기가 경제전쟁의 시기라면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기라고 본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제전쟁이 나라마다 묻혀 있는 원자재와 천연자원, 풍부한 노동력과 지리적 장점 등 물질적인 것에 의해 결정됐다고 본다면 앞으로 다가올 문화전쟁 시대에서는 각 나라마다 축척하고 있는 전통과 생활방식, 그리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수준 등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도 풍부한 정신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의식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면 지금과 같은 노사간의 갈등과 반목보다는 화합을 통한 일체감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기업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품질을 얻기 위해서는 제품검사나 단순한 제조공정의 향상, 그리고 BPR, TQM, VE, 리엔지니어링 등 외국 것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이고 보자는 태도에는 한계가 있고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문제해결을 통한 지속적인 품질교육 및 예방시스템 개발을 통해 내부고객이 우선저그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절대 필요하다.
기업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안하면 도태되는 것」이 실천적인 품질문화의 정립이다. 비록 오늘의 목표가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내일에는 곧 고객의 피할 수 없는 요구사항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沈燦柱 아남산업 품질보증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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