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벤처기업 장외등록 활성화 조치 이후 정보통신분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들의 장외등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훌륭한 기술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자본이 부족해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던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장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기술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게다가 최근 장외시장에 등록했던 벤처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장래성과 기술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현재 일부 업체는 액면가의 10배를 넘는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 시각을 일반기업들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 산업발전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장외등록하면서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 경영인들과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일부 정보통신분야의 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이라는 본업보다 돈 버는 쪽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벤처 창업에 나선 젊은 경영인들이 기술개발보다는 오히려 대중에 이름을 알리고 회사의 상태를 실제보다 부풀려 창업투자사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장외시장에 등록하려 한다는 것이 소문의 실상이다. 물론 이는 벤처기업의 창업에 나섰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젊은 경영인들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라 할지라도 일부 투자자들이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개발보다는 부산물을 얻는 데 치중해 벤처기업에 대한 현재까지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면 모처럼 일고 있는 벤처기업 장외등록 활성화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르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을 창업했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경영인들이 혹시나 비생산적인 유혹에 빠지지 말고 기술로 승부를 거는 본연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외국기업들의 대대적인 견제공격을 기술개발을 통해 극복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경쟁원리를 벤처기업인들은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장외시장이 단순히 벤처기업인의 돈벌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해 경쟁력 있는 신제품의 개발 또는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살리겠다는 것이 벤처캐피탈의 기본 취지이다.
그동안 벤처기업들은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의 핵심인 연구개발력, 상품화능력, 시장장악력 등 무형자산을 키워나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부수적인 산물로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부는 기술개발을 위한 재투자의 여력을 강화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욕망이다. 그러나 돈을 벌더라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벤처기업들의 본업인 기술개발은 등한시한 채 장외시장 등록을 통해 돈을 벌 생각만 한다면 누가 다시 벤처기업에 투자하려할 것인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벤처기업 정신은 일종의 「헝그리」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기술개발에 꾸준히 나서 기술력을 키워가는 것이 벤처기업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한 기존 벤처기업들은 정외등록으로 돈을 벌었다고 떠들고 다니기보다는 번 돈을 기술개발에 재투자하는 모범을 보여 신진기업들의 잘못된 사고를 바로잡아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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