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그룹(회장 김주진)이 최근 자기헤드업체인 갑을전자의 사장이었던 황희선씨(59)를 그룹기조실장으로 전격 영입, 향후 자기헤드사업 진출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희선 사장이 9년여 몸담아온 갑을그룹에서 갑자기 아남그룹으로 적을 옮겨야 했던 이유로는 수년전 갑을전자가 최대 바이어의 하나인 미국 리드라이트社와의 단절로 경영이 어려워진데다 그룹 실세의 견제 등으로 입지가 갈수록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가장 보편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남그룹 로열패밀리들과의 친분도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사장은 아남그룹 김주진 회장과 김무 아남반도체기술 사장, 황인길 아남산업 사장 등 아남의 실세들과 서울대 동문이거나 미국에서 공부를 같이 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영입배경이 어디에 있든 황 사장의 전격적인 아남 합류가 자기헤드업계는 물론 컴퓨터 저장매체업계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근본적인 이유는 황 사장이 경륜과 기술을 겸비한 몇 안되는 「자기헤드 통」이라는 점 때문이다.
IBM, 삼성, LG 등을 거치면서 HDD 등 스토리지와 핵심부품인 자기헤드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황 사장은 지난 88년 당시 굴지의 자기헤드업체였던 미국 AMC의 한국법인인 AMK의 멤버들을 주축으로 갑을전자(당시 갑일전자)를 설립하는 등 자기헤드 관련 기술, 인맥, 사업력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의 상당수가 사전에 자기헤드사업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아남의 황 사장 스카우트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현재 아남측은 헤드사업 참여를 조심스레 부인하고 있으나 최근 관련 경력사원 모집광고를 내는 등 벌써부터 헤드사업 추진의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조립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비메모리 일관가공(FAB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중인 아남으로서도 자기헤드가 공정이 반도체와 매우 유사하고 2000년대까지 고부가 유망산업의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점에서 시장에 참여할 이유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헤드업계 관계자들의 상당수는 자기헤드가 고도의 자본 및 기술집약적사업이라 핵심 인물 몇 사람으로 해결될 수도 없을 뿐더러 헤드의 기반기술인 웨이퍼 가공기술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시장진입 자체가 어렵다며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도 삼성종합기술원의 막강한 맨파워와 자금력으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대표적 분야가 자기헤드』라고 지적한다.
HDD 등 저장매체의 대용량화가 급진전되고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업계간 무한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이제 후발주자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라는 지적도 많다. 또한 FAB사업에 대단위 투자가 예정된 아남이 이에 버금가는 투자를 요하는 자기헤드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여력이 과연 있겠느냐는 시각도 적잖다.
결론적으로 아남의 자기헤드사업 추진에 대한 업계의 분석은 의욕은 많으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기를 통해 MR헤드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황희선 갑을전자 사장을 영입한 아남그룹의 물밑 시장 참여 움직임으로 태일정밀과 갑을전자가 명맥을 유지해 온 국내 컴퓨터용 자기헤드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이중배 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10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