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비디오업계의 밀어내기

「밀어내기」는 야구경기에서 주자만루일 때 타자가 4사구를 골라 출루함으로써 자연히 득점하는 일을 가리키는 데 흔히 사용되는 용어이다. 기업체들에서는 연말정산 때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대리점에 재고물량을 무리하게 떠넘기곤 하는데 이를 가리키는 말로 「밀어내기」를 쓴다.

최근에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자동차, 가전, 의류, 화장품 등 소비재 제조업체들이 불어나고 있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출고가를 낮춰 출하하면서 「밀어내기」라는 용어가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밀어내기는 야구경기나 연말, 불황시 등 특정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 프로테이프업계에서는 이같은 밀어내기가 항시적인 「상관행」 용어로 자리잡은 지 오래 됐다. 최근 몇년 동안 비디오 유통사들은 영업활동할 때 관행적인 판매방식으로 밀어내기를 선호해 왔다.

이를테면 새로 나온 타이틀 4장을 사려는 비디오숍 주인이 6장을 주문할 경우 유통사가 2장을 더 얹어주겠다고 제안해 구매량을 늘린다. 비디오숍 주인은 모두 8장을 받아서 대여한 다음 대금결제시에 6장 값만 계산해 주고 덤으로 받은 2장은 겉비닐이 벗겨진 채로 되돌려 준다. 비디오업계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밀어내기」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영업방식으로 볼 수 있다. 유통사는 당초에 4장 주문받았던 물건을 2장 더 팔아서 좋고, 비디오숍 주인들은 실컷 회전시킨 테이프를 반품시켜 반짝이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밀어내기는 장기적으로는 비디오 대여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자판기 커피 한잔 값보다 싼 「1백원」에 비디오를 빌려볼 수 있는 덤핑숍이 생겨나고 있다. 유통사의 재고 테이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비디오제작사협의회가 이같은 밀어내기를 방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비디오의 반품규정을 강화하자 일부 비디오숍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싸움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것과 같다. 밀어내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직배사들의 무리한 판매량 요구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비디오업계의 실정을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편당 판매량을 책정하면 밀어내기와 같은 변칙영업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런 다음 직배사, 국내제작사, 공테이프업체, 일선 비디오숍 등이 머리를 한데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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