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렇게 꼭 집어 표현할 수밖에 없는 힘겨운 투쟁이 있다. 외산 전기면도기의 덤핑판매에 따른 국내 중소업체들의 반덤핑 제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싸움은 지난해 6월 우림전자, 성진전자, 다인전기 등 국내 중소업체들이 『외산 면도기의 덤핑수입으로 국내 면도기시장의 가격질서가 파괴되고 이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이 산업적인 피해를 입어 도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통상산업부 무역위원회에 덤핑방지관세 부과신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상대는 누가 들어도 귀에 익은 필립스, 브라운, 내셔널, 마쓰시타, 산요 등 외국의 유수 가전업체들.
국내업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외국업체가 지난 93년부터 현지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면도기를 국내에 수출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네덜란드의 필립스사는 덤핑률이 평균 1백18%로 자사의 전기면도기 「HS 860」의 현지 공급가격은 원화기준으로 8만1천2백44원인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3만3천8백82원에 수출, 덤핑마진이 무려 1백34%나 되며 독일의 브라운사는 10만9천3백96원에 공급되는 「5525」 모델을 국내에 6만2천3백85원에 들여와 72%의 덤핑마진이 있다는 것이다.
통산부 조사 결과 국내업체들의 주장대로 외국업체들의 덤핑혐의가 드러나 일단 외국업체들에 대해 예비 덤핑판정이 내려졌고 지난해 12월21일부터는 업체별로 덤핑률에 따라 30∼40% 정도 인상된 관세를 지불하고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덤핑판정이 확정되려면 「제품이 자국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대국가에 수출한 사실이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상대국가가 산업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외국 업체들은 『국산 전기면도기는 원래 3만∼4만원 정도의 저가제품이고 자신들이 한국에 들여오고 있는 제품은 10만원대가 넘는 고가제품이라 각각 서로 다른 시장을 형성한다』며 『따라서 이로 인해 국내의 면도기 생산업체들에게 산업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론을 펼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이 주장에 대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가격과 품질, 이 두가지를 견주어보아 합리적인 가격차이에 의해 사게 되는 것 아니냐』며 『외산 면도기가 가격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아무튼 지난달 28일 통산부에서 열렸던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양쪽은 각자의 입장과 근거를 모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제는 통산부의 최종 덤핑마진 확정과 산업피해 유무에 대한 결정만 남았다.
과연 국내 중소업체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덤핑률이 확정되고 산업적인 피해가 인정돼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는 예화가 다시 한번 재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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