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건물의 정보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와 개혁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거대한 양의 정보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산업체 및 일반가정 등을 광케이블로 연결하여 통신방식을 광대역화, 양방향화, 디지털화하는 계획은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는 초고속 공중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97년까지 대형건물 등에 광케이블을 우선 공급하여 초고속 정보통신의 기반을 조성한 후 2002년까지 중소기업, 아파트 등 인구 밀집지역에 광케이블을 확대 공급하고 최종적으로 2015년까지 모든 일반가입자 댁내까지 광케이블을 공급함으로써 초고속 공중정보통신망을 완성한다는 것이 초고속 사업의 골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구축되더라도 여전히 문제로 남는 부분이 있다.

바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건물내의 이용자 단말기까지 연결해주는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이 그것이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빠르게 전달되어 온 많은 정보들이 건물내 열악한 정보통신 기반시설로 말미암아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게 된다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으로 완성한 정보고속도로는 빛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대비한 건물의 정보화가 시급히 요청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이란 통신사업자로부터 제공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건물내로 인입하여 이용자의 단말기까지 연결하는 데 소요되는 제반 관로, 케이블 및 접속자재 등과 이를 수용하기 위한 건물내 통로(Pathway) 및 공간(Space) 등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의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정보통신에 대한 이용자의 욕구는 급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 확보를 위한 노력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국내의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은 대부분 전화위주의 시설로 되어 있어 음성, 데이터, 화상 등을 망라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원활히 수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한 제반설비 등을 건물내에 수용할 수 있는 통로 및 공간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첨단 정보통신 서비스를 수용하기 위한 관련설비의 교체 및 증설이 매우 곤란한 실정이다.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은 건물을 준공한 뒤에는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막대한 추가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북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건축 초기 설계단계에서부터 건물의 통신수요나 회선용량, 작업공간, 그리고 장래 통신수요 등을 예측하여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계획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건물내 원활한 정보통신을 위한 통로뿐만 아니라 중장비실과 같은 건물내 구재설비 수납공간을 설계 초기단계에서부터 적용할 수 있는 「EIA/TIA 569」와 같은 기술표준이 설계지침으로 정착되어 건물 완공후 통신시설의 증설 가능성까지 고려한 기반시설을 계획하도록 하고 있다.

건물은 한번 지으면 최소한 2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미래의 정보통신 수요변화 추세를 충분히 고려하여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설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 사회의 인식부족과 관련 기술표준의 미비 등으로 인해 건축시 음성, 데이터, 화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까지 염두에 둔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계획하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확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대해서는 정보통신용 구내설비의 설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도록 전기통신기본법을 개정한 것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이번 조치가 당장은 건축주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그 혜택은 정부나 통신사업자가 아니라 결국 건물내 이용자와 건축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초고속 정보통신시대에 적합하도록 건물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건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미래 정보사회를 앞당기는 길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갖추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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