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왠 「유령(고스트)」타령인가. 신인감독 한지승의 <고스트 맘마>를 보면서 떨쳐낼 수 없었던 아쉬움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영화는 나로하여금 영화 속에 몰두시키지 못했다. 노골적으로 성을 자극하는 매끈한 대사들과 자극적인 장면을 기대케 하는유치한 속임수 커트 등을 적절히 이용해 「웃음 보태기」를 성공시키고 있지만, 이 영화가더많이 노렸던 것으로 보이는 「눈물 짜내기」는 계속 실패하고 있다.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눈물 짜내기는 죽은 자(인주)와 죽게 만들었다고 고민하는 자(지석)의 역할인데, 정작 관객은 그 죽음 자체를 인정 안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끝이며 인간을 한없이 긴장시키는 죽음을 이렇다 할 고민없이 너무 의도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탓에 이 영화에서 관객은 죽음을 마치 게임으로, 혹은 게임을 위한 가정으로 받아 들이고 싶어한다. 게임은 성공했고 따라서 코메디 영화로서는 손색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오로지 오락용으로만 기능할 때 그것은 허전한 일이 아닐 수없다. 재능 있는 감독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관객에게 지나치게 아첨하는 작품들이 종종 그러하듯이, <고스트 맘마>는 표면적인 주제와 이면적인 주제가 현격히 다른 영화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 영화는 아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내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 계속 불거져 나오는 주제는 그 반대이다. 자기 주장이 많고 남자를 피곤하게 하는 아내에게 그만 봉사하고 싶어진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내의 죽음은 이래서 필연적인 사건이 된다.그 순간 이 영화에는 표면적 주제와 이면적 주제의 싸움이 벌어진다. 표면적인 주제를 달성해야 하는 주인공 지석(김승우 분)과 이면적인 주제가 드러나게 된 책임을 져야할 감독간의 싸움 말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이면적인 주제가 표면적인 주제에게 한껏 양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로 보여지고 싶은 욕망이 이 영화에는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내를 지독히 사랑했던 한 남자의 재빠른 재혼은 행복해 보인다. 죽은 아내와 관련된 기억들 때문에 그늘을 갖게 되지만 그것은 잠시이다. 죽은 아내가 주선한 결혼이며 죽은 아내의 어머니조차 축복해 주기 때문이다.
<고스트 맘마>는 노골적으로 말해서 죄의식 없이 재혼하는 법에 관한 영화이다. 일부다처제에 대한 감독의 소망 표현이 담긴 영화이기도 하다.사실 이 영화의 인주(최진실 분)는 둘째 부인에게 시샘하지 않는, 그러나 결함 있는 본부인이라는 전통적 여인상에 거의 부합한다. 그런데 인주의 결함이란 무엇이었던가. 은숙(박상아 분)에 비해 인주가 갖추지 못한것, 아니 갖고 있었기에 오히려 결함이 되고 만 것, 그것은 「의식 있는 여자의 자기 주장」이다. 따라서 나는 <고스트 맘마>를, 진보적인 남자로 불리고 싶어 아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쳤던 한 남자가 그것으로부터 피곤함을 느껴 아내를 바꿔버리고 다시 보수적 입장으로 돌아간 남자의 이야기로 읽는다.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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