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成洛 산기협 부회장
무차별적 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개방화시대를 맞아 세계화는 이제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활동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과학기술부문도 이러한 추세에 결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영국은 최근 부진한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외국자본 유치전략을 추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정부는 외국 투자기업에 저렴한 공장부지와 파격적인 세금 공제혜택을 제공한 결과 IBM, HP, 모토롤러, NEC, 미쓰비시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업들의 현지공장을 다수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윈야드공장 준공식 때 여왕이 직접 참석한 것에서도 영국정부가 외국투자 유치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엿볼 수 있다.
대학과 연구소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필자는 최근 미국 기술경영 국제화회의에서 MIT대학의 한 저명한 교수가 97학년도 중에 이 학교 교수의 약 10% 정도가 재임용에서 탈락, 학교를 떠나야 할 형편이라며 산업계의 지원을 부탁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공공연구소도 산업계 지원을 위한 응용연구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국제 공동 연구활동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전국에 약 50개의 분소를 두고 응용연구를 수행,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유럽 연구분소를 유치, 앞으로 한, 독간 과학기술 협력의 구심체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세계화는 선택이 아니라 이미 생존의 문제로 부상했다. 과학기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해외연구소의 설립과 외국기관과의 협력 강화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M은 전세계에 약 30개의 연구시설을 설치, 현지의 소비자요구를 능동적으로 충족시키고 있으며, 인텔, 모토롤러 등 세계적인 초우량기업들이 인도의 벵갈로지역에 연구소를 설치하는 이유는 이 지역에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이 점점 더 다기능화함에 따라 연구개발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위험분산을 위해 공동연구 수행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 IBM,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도시바가 손잡고 2백56MD램 개발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연구소들이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연구소도 기술적 핵심역량 개념을 도입, 경쟁력이 있는 전략적 기술분야를 선정하고 기술개발 자원을 한 곳에 집중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실있는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하며 기술개발시간을 단축시켜 적시에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회사인 델社가 소비자의 불만전화 내용을 모두 녹음, 임원들이 돌려가며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도록 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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