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중대형 컴퓨터산업은 전반적인 국내 경기 침체에도 불구, 호황을 구가했다.
지난 2∼3년 동안 수출호조에 힘입어 전자,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제조업체들은 자금여력을 바탕으로 전산투자에 적극 나섰고 은행 및 유통, 통신업체들도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전산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등 전반적으로 중대형 컴퓨터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 인트라넷 선풍을 타고 중형급 유닉스 서버 및 PC서버의 보급도 크게 늘어 중대형 컴퓨터업체를 즐겁게 했다.
분야별로는 올해 대형 컴퓨터의 경우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해 1천5백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2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닉스 서버로 통칭되는 중형시스템 시장규모는 지난해 3천억원에서 올해는 4천5백억원으로 5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형 컴퓨터 및 유닉스 서버와 함께 국내 중대형 컴퓨터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은 지난해 1천5백여대, 1천6백억원에서 올해는 2천2백여대, 2천억원으로 외형이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아직까지는 PC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PC서버 경우 가격은 PC대이지만 성능은 웬만한 유닉스 서버에 버금가고 있고, 기능 또한 서버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유닉스 서버 시장을 강력히 밀고 들어와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안방자리를 차지하려 들고 있는 PC서버는 지난해 3천여대 남짓 팔려 나갔으나 올해는 5배 정도 늘어난 1만5천여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올해 대형 컴퓨터는 초병렬처리컴퓨터(MPP) 시스템과 CMOS 기술을 채택한 대형 시스템이 주도했다. 여기에다 그동안 유체해석, 자동차, 선박설계, 비행시뮬레이션, 유전자공학, 기상예측 등 고도의 과학연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벡터타입 슈퍼컴퓨터의 운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나 최근 들어 벡터타입 슈퍼컴퓨터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저가격대의 MPP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슈퍼컴퓨터 시장에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금융계 및 대기업들이 중심으로 정보업무와 온라인 업무를 통합,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함에 따라 지금까지 SMP, MPP 등 특정 설계방식만을 고수해온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이 두가지 방식을 통합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도 커다란 변화 중의 하나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전산환경에 일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던 클라이언트 서버 및 다운사이징의 열기는 올해에도 지속됐고 윈도NT를 탑재한 중형 서버 또한 수요가 급증했다.
유닉스 서버 분야에서 기술적인 변화는 올해 모든 시스템이 하드웨어상 64비트 체제로 전환됐고 운용체계면에서도 64비트화가 서서히 진전되고 있다. 특히 서버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유닉스 서버는 대칭형 멀티프로세싱 및 초병렬처리 기법, 클러스터링 등 다양한 설계기법을 통해 확장성이 크게 강화됐다.
워크스테이션의 경우 올해 가장 주목될 만한 점은 64비트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품목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항공, 애니메이션 등 컴퓨터 그래픽 분야를 중심으로 3차원 그래픽 시스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은 3D 그래픽 시스템의 최대 격전지로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편 국내 중대형 컴퓨터 시장에서 서자 대접을 받아온 주전산기가 그동안의 설움을 딛고 적자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96년 국내 중대형 컴퓨터 시장에서 평가돼야 할 부분이다.
주전산기 Ⅲ가 발표된 이후 올해 중반까지 총 30여대가 공식적으로 공급되었거나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주전산기 4사가 현재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는 수요처가 40여군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96년 말이면 주전산기 Ⅲ는 약 1백여대 이상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중대형 컴퓨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를 꼽는다면 중대형 컴퓨터업체 간의 64비트 경쟁을 꼽을 수 있다.
한국디지탈이 지난해 64비트 알파칩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본격 개막된 64비트 칩 시대는 한국HP가 올 상반기에 64비트 프로세서인 HP8000 칩을 발표하고 한국실리콘그래픽스가 R10000을 공개하면서 본격 점화됐다.
이보다 앞서 워크스테이션 부문에서 강세를 보여온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64비트 프로세서인 울트라스팍을 탑재한 시스템을 올 초 발표한 바 있으며 한국IBM도 파워PC 604의 상위 버전인 파워PC 620을 AS/400에 장착한 것을 비롯해 RS6000 시스템에도 64비트 칩을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대형 컴퓨터에 인텔 펜티엄 및 펜티엄 프로칩의 채용이 본격화하기 시작해 앞으로 펜티엄 계열의 서버와 타 프로세서를 채택한 서버간 한판 승부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64비트 운용체계의 등장과 윈도NT의 부상도 올 중대형 시장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올해 64비트급 마이크로프로세서(MPU)를 채택한 워크스테이션 및 서버가 본격 보급되면서 이들 시스템에 탑재되는 운용체계도 종전의 32비트 방식에서 64비트로 전환되고 있다.
한편 국내 중대형 컴퓨터 시장을 놓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업체들은 최근 들어 새로운 분야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시스템 통합(SI) 및 데이터웨어 하우징 사업. 그동안 제품판매에 중점을 둬온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은 시장경쟁의 과열로 중대형 컴퓨터의 가격인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단순히 제품 판매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SI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DSS)의 효율적인 운용,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통합 등을 위해 데이터웨어 하우징 시스템 도입을 활발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데이터웨어 하우징 관련 솔루션을 적극 개발,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형 컴퓨터업계가 신규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함에 따라 그동안 제품판매만으로 명암이 갈렸던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은 이제 컨설팅, 서비스, 토털 솔루션 개발 등 새로운 사업의 성과에 따라 시장판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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