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인도의 통신정책

떠오르는 마지막 남은 대륙 인도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90년부터 종래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개방화와 자유화를 천명하면서 대대적인 외국자본을 유치해 낙후된 인프라시설 확충에 열심이다. 이에 따라 통신분야도 정부의 독점체제에서 민간인에게 경매방식에 의한 사업권을 부여하고 이를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통신시설의 조기확충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 전역을 20개 지역으로 구분하여 지역별로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외국의 유수 통신회사들이 인도 업체들과 합작으로 이번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

무선호출과 셀룰라 사업권은 지역당 2개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금년에 이미 완료된 상태이다. 기본통신 사업권의 경우 지역당 1개의 민간사업자를 선정, 기존의 통신청(DoT)과 경쟁토록 하겠다는 것으로 현재 20개 지역 중 12개 지역의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지난번의 기본통신 사업권 경매에서 HFCL사는 이스라엘 통신공사(Bezeq)와 함께 9개 지역에 천문학적인 사업권료를 제시하여 통신사업자들을 경악케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 기업에게는 최고 3개 지역의 사업권만 부여하는 규정을 새로이 도입하였고, 델리시내의 경우 향후 15년간의 사업권료로 무려 3조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한 HFCL/Bezeq사에 기본통신 사업권을 부여하였다.

이러한 개방과 경쟁을 표방하는 인도 통신정책의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들 수 있다. 첫째로 자국의 낙후된 통신시설을 민간인의 창의력과 외국의 자본 및 기술을 결합, 최단시일 내에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외국 통신사업자들에게 최대 73%(직접투자로 49%, 간접투자로 24%)까지 지분참여를 허용하였다.

둘째 WTO 체결로 대외개방이 불가피해진 시점에서 인도는 일반 전화분야를 민간사업자들과 외국사업자들에게 먼저 개방,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향후 국제무대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확고히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민간사업자들에게는 제한적인 사업권만 부여함으로써 정부(DoT)가 계속적으로 주도적인 통신사업자의 역할까지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도인 특유의 재치가 숨어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시장경쟁 논리하에 수익성이 큰 국제전화부터 경쟁을 도입하고 시외전화를 거쳐 마지막으로 시내전화를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인도는 수익성이 큰 국제전화는 국영기업인 VSNL이 맡고 시외전화의 경우는 DoT가 향후 2004년까지 독점토록하였다. 반면에 많은 투자비로 수익성이 극히 저조한 지역단위의 전화(지역 내 시내외 겸용) 사업권은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사업자들에게 경매방식으로 부여하여 자국의 낙후된 통신인프라를 조속히 확충하면서 대외협상 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민간사업자들이 납부하는 사업권료로는 DOT의 통신망 확충에 재투자하여 충분한 경쟁력을 시급히 확보하려는 의미이다.

또 하나는 「공룡과 공룡새의 역할분할론」을 들 수 있다. 급변하는 최근의 통신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은 몸집 불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통신 사업자들간의 인수합병(M&A)과 합종연횡이 그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인도정부는 우선 국가를 대표할 전국사업자로 DOT(향후 민영화)에게 모든 분야의 사업권을 부여, 「공룡」으로 성장케 하여 대외 경쟁 시 국내시장 방어를 위한 방패역할을 맡기고, 지역별 민간사업자들에게는 제한적인 사업권 부여를 통하여 민간기업 특유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날씬한 「공룡새」의 역할을 맡김으로써 이들 공룡과 공룡새가 경쟁과 상부상조를 통하여 대외개방 시에도 국내통신시장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도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이러한 인도인들의 독특함이다. 이것을 대국적인 기질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통신정책 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 그 무엇인지를 강력히 시사해 준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인도의 통신정책과 시사점 <김영재 한국통신 델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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