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37)

<소프트웨어산업육성을 위한 5가지 요건>

이번호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이광호 상근부회장의 기고를 통해 업계가 당면해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나아가서 민간기업들이 요구하는 육성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를 알아본다.

<편집자>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게 일어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포함한 정보통신 산업육성 의지를 천명한데 이어 정보통신부에서도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설립, 소프트웨어 공제사업 등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산업육성시책 수립을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비록 시기적으로 조금 늦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을 외치고 있는 것은 산업으로서 중요성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기술이 하드웨어 기능을 대체하면서 컴퓨터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행정 서비스는 물론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등 모든 산업분야의 자동화와 정보화를 촉진시켜 궁극적으로 총체적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솔직히 말해 상당히 낙후되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원인은 우선 짧은 산업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짧은 역사 속에서도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동안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 온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는 선진국의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을 따라 잡을 수 없었던 것이 또한 현실이다. 정보화수준, 기술수준, 관련기업의 경영기반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요건은 크게 수요확대, 기술 향상, 인력의 확보, 기업경영 자금의 원활한 공급, 구매제도의 개선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하루속히 해결되어야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논지이다.

첫째 수요확대는 정부,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반이 되는 정보화를 촉진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등 정보화 기반확충 시책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정보화 수준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보화의 극심한 격차 현상도 우리 나라 전반의 정보화 수준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경원은 지난 3월 정부, 공공부문의 소프트웨어 구매확대를 위하여 정보화 예산중(PC구입비) 10% 이상을 소프트웨어 구입예산으로 책정토록 제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70% 이상 반영되고 있는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공공기관이 기관내 소프트웨어 수요를 자체 해결하려는 것도 재고돼야 한다. 우리나라 실정상 정부, 공공기관의 수요가 대부분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수요창출을 못할 망정 반대로 기업의 판로를 막아서는 아니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정부는 소프트웨어 수출지원 계획을 수립,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두번째, 기술 향상 부문에서는 정부가 기술개발 등에 배분하고 있는 자금 정책 등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오래 전부터 민간, 학계 등의 기술개발을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투자된 재원에 비해 그 결과가 크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분야별 시급성과 중요성을 판단, 배분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국책연구기관들에 대해서도 민간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연구 결과에 대한 평가기법을 도입, 제도화 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외국 선진 기업을 국내에 유치, 자연스럽게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국내 기업으로 하여금 해외 현지 연구소 설치를 적극 권장하여 외국 기술자는 물론 유능한 해외 동포를 기술개발에 참여시켜 보다 높은 기술수준에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

셋째, 인력 확보 부문에서는 총 수요에 대해 절대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들어 이 문제가 보다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은 급속한 정보화의 진전과 신규통신업체의 대량 수요가 동시에 일어나게 된데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및 민간 교육기관에서는 적지 않은 수의 인력을 양성하고 있고 스톡옵션 제도 등을 통해 유능한 인재 확보를 지원하고 있으나 아직도 역부족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보, 전산학과 출신의 인력 만이 기술인력으로 보는 견해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정보, 전산학과 출신의 기술직도 필요하지만 경영학과, 이공계 대학, 예능계 출신들로 하여금 소프트웨어 산업분야에 많이 진출토록 유인책을 강구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하여는 각 기업이 인력 채용시 정보, 전산학과만이 이 분야에 필요한 기술인력이라는 인식을 하루 빨리 바꿀 필요가 있다. 또한 현행 정보처리 기술자격 제도도 이 시점에서 재검토하여 현실에 맞게 재검토, 조정되어야 한다.

넷째, 경영자금 확보 부문에서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융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현재도 금융기관은 물론 보증보험, 창업투자회사의 주식시장 진출 지원 등의 제도가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이들 기관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세 기업들에게는 물적 담보의 부족, 일선 창구 직원의 의식 결여로 이들 제도를 이용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97년부터 정부자금을 출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로 하여금 공제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관련 지원기관의 의식수준의 개혁과 더불어 기술과 신용을 담보로 하는 제도적 보안과 관행이 조속히 정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에 대한 자산가치 평가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이 금융의 기초가 될 수 있도록 제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구매제도의 개선은 무형의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생산, 공급자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구매기관과 소비자가 소프트웨어 제품과 용역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생산된 상품이라는 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하다는 문제로부터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불법복제가 성행하고 유통시장에서는 덤핑 행위가 만연되어 있고 구매기관은 기능과 기술을 도의시하고 무조건 저가로 구입하고자 하고있다.

정부의 구매와 예산책정도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청회를 가진 바 있는 기술성 평가기준을 도입하여 제도화시키고 물품, 용역 분리 발주도 조속히 일원화되어야 한다. 정부 예산도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프로젝트가 불과 4~5억원 정도에 예산이 책정되고 그것도 최저가 낙찰을 위주로 시행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수주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차년도 예산 편성시 전문원가 계산기관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대가기준도 조속히 체계적으로 제정되도록 개선, 보완하여 이 기준에 따라 구매토록 하여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적정가 이하의 구매행위는 납품업체로 하여금 적자를 감수케하여 기업경영의 부실을 가져오게 하고 나아가 당해 프로젝트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게 하기 때문이다.

이상 여러 분야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개략적으로 지적하였다. 이들은 모두 제도적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며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도 없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 지면을 빌어 정부와 기업에 몇 가지 의견을 제시코자 한다.

우선 정부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사업에 진출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기적이고도 확고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정책 방향은 즉흥적이 아닌 합리적이고도 체계적인 계획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계획들은 산업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 생산, 소비, 수출 활동에 대한 정확한 통계, 국내외 기술, 시장에 대한 시계열적(時系列的)동향과 전망 위에서 수립된 현실적이고도 구체화된 계획이 되어야 한다.

기업들도 종래와 같이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의식은 하루 속히 버려야 한다. WTO, OECD 가입 등 세계를 상대로 무한경쟁을 벌려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업계도 국제무대를 지향한 솔류션과 제품을 판매하려는 사고의 대변혁이 있어야 한다.

부족한 인력은 자체양성하고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확대하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납품, 판매할 수 있도록 각오를 새로이 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산업은 부존자원은 없지만 교육수준이 높은 우리 나라에 가장 적합한 분야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짧은 시간 내에 선진국 진입이 가능한 산업이라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범국가적, 범국민적 노력을 집중시켜야만 할 것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이광호>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