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5)

『김대리, 1번 맨홀이오!』

『1번 맨홀이요?』 『그렇소. 1번 맨홀 뚜껑 열어 주고 거기부터 진화할 수 있도록 소방관에게 알려주시오!』 『예,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대리, 통제실로는 계속 연락 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김 대리와의 통화를 끝낸 후 통화량을 나타내는 감시판넬을 살펴보았다. 전국 각 교환기의 통화량을 나타내는 표식이 붉은 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경보음도 그치지 않고 울리고 있었다. 호 폭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상태로 간다면 전국의 전화교환기가 순차적으로 시스템다운 현상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국의 전화가 모두 불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화교환기는 말 그대로 전화를 교환해 주는 장치이다. 자동전화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통화를 한 후 원하는 곳으로 전화를 연결해 주었다. 지금은 전자교환기가 개발되어 사람 대신 가입자들의 전화를 늘 감시하고 있다가 송수화기를 들으면 프로그램에 따라 발신음을 송출하게 된다. 가입자가 전화번호 버튼을 누르면 교환기는 그 전화번호를 인식하여 원하는 전화를 호출하여 준다. 이 과정에서 전화 교환기에 장애가 걸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선로가 많이 깔려 있고, 전화가 많이 수용되어 있어도 모든 전화는 불통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교환기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처럼 한곳에 대형 장애가 일어났을 경우에도 발생한다. 전화를 통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송수화기를 들고 계속 통화를 시도하게 되어 교환기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환기는 모든 전화 가입자가 동시에 전화를 들 수 있는 확률을 15% 이내로 정하고 있다. 한꺼번에 15% 이상은 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고 교환기를 설계하는 것이다. 특수한 경우에는 예외로 하지만 15% 이상이 한꺼번에 전화를 이용한다면 전화교환기는 호 폭주상태가 되어 교환기의 시스템이 다운될 수 있고, 교환기에 장애가 발생하면 선로에 고장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전화가 불통되고 마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대형 통신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전화통화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계속 전화기의 수화기를 반복적으로 들게 되어 교환기에 호 폭주로 인한 과 부하가 발생, 시스템 다운이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