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소재 개발

鄭鐘九 동부화학 중앙연구소장

흔히 남보다 출세했다는 경우를 보면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보다는 조직에서 사람들을 이용할 줄 알고 정보를 잘 응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붉은 군대를 만들어 낸 수학자 트로츠키가 음모가인 스탈린에게 밀려남으로써 창조자가 우대받는 시대에서 관리자가 특권을 누리는 시대로 넘어간 것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소재연구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합성수지와 같은 헌 소재를 만들어 파는 회사의 이익은 기술보다는 경영과 관리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기술자보다는 관리자가 더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소재의 세계는 다르다. 기존에 있는 것을 더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등 관리하는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관리자보다는 과학자의 역할이 더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신소재란 도대체 무엇인가. 가장 간단히 정의하자면 새로운 기능을 개척한 재료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새로운 재료를 창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유기, 무기, 금속 등을 복합화하는 방법으로 헌 소재를 새롭게 가공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그러니까 신소재는 손으로 다듬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신소재가 다가올 21세기에 기술폭풍의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신소재를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개발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파킨슨 법칙」에 따르면 기업이 성장할수록 점점 무능한 사람들을 고용하면서도 급료나 혜택은 증가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관리자는 영원히 자기가 절대적 위치에 있고 싶어 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게 마련인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기도 한다. 요즘에는 관리자는 물론이고 일부 기술자까지도 이 법칙에 따라 혁신적 사고를 마다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소재의 창조작업에는 이같은 내부의 장벽이 문제다.

따라서 신소재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내부장벽을 허무는 일이 급선무이다. 기업들이 스스로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떨쳐버려야 한다.

또한 혁신적인 사고를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지금처럼 꽉 짜인 조직의 틀과 상명하달식의 의사전달 체계 속에서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발휘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신소재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리자나 기업내부의 이해를 구하고 기업이 연구개발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이 나름대로 전술전략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신소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자신이 그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주위 사람들이 믿을 수 있도록 사고의 폭을 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과제 선정과 관련해서는 개발목표를 가능한한 한가지로 집중하되 가장 작고 뚜렷하고 상징적인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으며 또한 연구중에는 그 목표를 가능한한 바꾸지 말아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개발한 신소재가 상품화되면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기능의 신소재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신소재 창조작업이 중단되고 그 몫이 기술자의 손에서 관리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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