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 이 두 단어는 분명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낱말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 「경쟁」이란 같은 목적에 관하여 서로 겨루어 다투는 것을 뜻하며 「협력」이란 한가지 일을 달성하기 힘을 모아 서로 돕는 것을 말한다. 분명 반대되는 의미의 단어이다.
그럼에도 요즘 서점가에서는 「경쟁」과 「협력」을 기업경영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배리 네일버프 예일대 교수와 아담 브란덴버그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집필한 「코피티션(경쟁과 협력의 합성어)」이란 책자가 기업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간의 경쟁은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나눠지는 제로섬게임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패자가 있어야만 승자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코피티션」에서는 이같은 도식적인 논리를 부정하고 있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승리를 위해 상대방과 피를 흘리며 경쟁해야 할 때도 있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상대방과 협력할 때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예시해 주고 있다. 상대방을 패배시키기 위해 가격인하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면 결국 모두 큰 상처를 입게 되지만 경쟁업체와 공동으로 시장을 키우고 시장의 흐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면 상대방을 패배시키지 않더라도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자에서는 지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컴퓨터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윤의 70% 이상을 IBM 등 10여개 컴퓨터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80년대 말부터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과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 게임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 놓은 결과 이제 컴퓨터시장의 전체이윤 중 70% 이상을 이들 두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코피티션의 주요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얼마 전 케이던스코리아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온 「코피티션」의 저자인 배리 네일버프 교수는 80년대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원가절감을 통해 일본기업을 꺾은 것처럼 요즘같이 D램값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업체들이 공동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후발 D램생산국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경쟁의 범위를 확대해 세계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 등 반도체3사가 현재 각사가 따로 갖추고 있는 수직적 분업체계를 수평적 분업체계로 전환하는 등 코피티션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배리 교수의 권고는 「경쟁업체 죽이기」에 길들어 온 우리나라 기업경영에 반영해야 할 경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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