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시스템(TCS)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최근 국내업체의 시스템 국산화에 반발, 기술제휴를 일방적으로 해지한 데 이어 국산 시스템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알려져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시스템의 신규설치는 물론 유지, 보수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은 이 시스템의 발주처인 도로공사에 『현행 시스템구매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시스템 공급을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국내 법률사무소인 김, 장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지난달 지금까지 삼성전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삼성전자가 개발한 TCS중 통행권발행기(유료도로용 단말기), 통행권확인기, 차폭감지기(차량판별기) 등3개 핵심품목에 대해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으며 시스템이 도로공사에 납품돼 설치될 경우 삼성전자와 도로공사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및 특허침해로 제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와기술제휴를 맺고 삼성전자를 통해 전국의 고속도로에 TCS를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측은 『미쓰비시중공업측에 당초 국산화 계획안에 따라 기술이전및 핵심부품의 공급을 요청했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번번이 거절당했으며 미쓰비시측이 올들어 기술이전의 대가로 착수료 20만달러에 로열티 20%라는 무리한 조건을 제시, 도로공사와 공동으로 40억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국산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산화한 제품은 20년 전에 아날로그방식으로 개발된 미쓰비시중공업 시스템의 개념을 모방했으나 16MD램을 채용한 디지털방식의 한국형 개량TCS이므로 미쓰비시측의 특허침해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기 때문에 법정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기술이전을 기피해온 미쓰비시가 국산화한 후 특허시비를거는 것은 국내시장보다는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경쟁상대로 부상할 것을우려, 초기에 기를 꺾기 위한 일본업체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주장하고있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측은 『삼성전자가 전면에서 기술이전협상에 나서면서도 한편으로는 도공측과의 계약을 이유로 자사 제품을 그대로 데드카피(dead copy)한 것은 이해득실에 앞서 기업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신의를저버린 행위라고 주장하며 도공측에도 특허침해 제품을 사용할 경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측은 삼성전자와의 특허시비와 함께 지난 7월 중순 도공의 TCS 공급을 놓고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LG산전과 전격적으로 전자통행료 징수시스템(ETCS)및 TCS 기술협력계약을 체결, LG산전을 통해 현재 시스템용 부품공급은 물론 신규시스템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도공측에 통보하고 가격인하와 함께 수의계약 품목으로 돼 있는 구매방식을 공개경쟁입찰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무기관인 한국도로공사측은 『특허를 침해하고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수의계약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히면서도 『공급업체가 이원화된 만큼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해야 한다』는 미쓰비시측의 주장에 구매결정을 미루는등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스템 신규설치는 물론 기존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시비가 국내업체들의 막무가내식 사업권 확보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하철, 철도, 공항 등 SOC관련 프로젝트의 경우 국내업체들의 기술력 부족과 기술신뢰성에 대한 발주처의 불신으로 대부분 국산화율 40% 이상을 전제로 외국업체와의 프로젝트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나대부분의 국내업체들이 외국업체로부터 기술이전에 관한 확답을 받지 않은상태에서 공급권 확보에만 급급, 이번 사건과 같은 기술종속사례를 자초하고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90년 LG산전과의 통행료 징수시스템 입찰과 관련된 기술현장시험시 부정한 방법을 동원, 자사 직원이 구속됐으며 이번에도기술계약에 대해 정확히 명시하지 않고 공급사업권 확보에만 급급하는 등 대책없이 수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박기복 이사는 『당시로는 TCS에 대한 국산화계획은 물론 통행료 징수시스템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했으며 기술적인 검토없이 일본측이 만든 국산화계획을 그대로 한글화해 제출, 화를 자초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스템 개념만을 응용했기 때문에 미쓰비시측의 특허침해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대리점인 동암상사의 임중웅 사장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술을 복제해 국산화를 시도한 것은 기술이전문제를 따지기 전에 기업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무분별한 기술복제와 그 제품을 국가기관에서 구매할 경우 OECD 가입을 앞두고 문제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TCS는 전국 고속도로 1천6백에 총 9백70억원 가량이 투입되 운영중이며 삼성전자는 현재 국산시스템을 동수원 톨게이트 등에서 현장시험을 실시중이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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