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CD롬 타이틀 시장 문제 없나

국내에 CD롬 타이틀산업이 태동한 지도 6년이 지났다. 타이틀시장은 해마다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면서 올해는 총 1천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에 걸맞은 유통구조가 갖춰졌다고 믿는 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적다. 제작사와 유통사 그리고 소비자 3자가 만족하는 유통질서가자리잡히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국내 타이틀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번들(PC나 주변기기에 끼워주는 것)타이틀 시장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번들시장규모가 전체 타이틀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현재 삼성·현대·LG·대우·삼보 등 5대 PC업체가 번들하고 있는 타이틀 종류는 적게는 6종에서 많게는 14종에 이르고 있다. 번들타이틀은 소비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야 할 타이틀이 공짜라는 인식을심어줘 정상적인 유통을 통한 구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번들로만 취급돼야 할 타이틀이 시중에 버젓이유통되고 있는 점이다. 용산의 한 매장에서는 D사의 정품(13만2천원)과 번들(5천원)이 함께 전시되고 있어 국내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같은 비도덕적 상행위는 타이틀시장에서 가격체제를 송두리째 뒤흔들어정품시장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타이틀 제작사와 정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또한 타이틀의 내용과 질이 국내 초창기제품에 비해 별로 향상되지 못해멀티미디어PC를 소유한 잠재적 소비자를 타이틀시장에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도 국내 제작사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영세업체들은 자본력이 부족하고, 중소 제작업체와 대기업은 수익성 있는 게임소프트웨어의 수입에 나서 타이틀 개발에 소홀한 결과』라고 한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 컴퓨터 유통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멀티미디어PC를 구입한 소비자중의 10%만이 1년내에 타이틀 구입의사를 밝혀 멀티미디어PC를 구입하고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야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별로 사용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이야기다.

영세 타이틀업체의 한 사장은 『자본력의 부족으로 제품 기획안대로 제작하기가 힘들다』며 『번들타이틀의 범람으로 일반유통판매가 축소돼 제작비회수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게임을 제외한 타이틀시장은 무척 협소하다. 베스트셀러일 경우에는 1만카피 정도 팔리고 대부분의 타이틀은 정상가격을 받고서는 3천장 판매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세업체들은 제품의 질로 승부하기보다는 적은 자본으로단기간에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타이틀의 질은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영세 타이틀업체들이 자기이름의 제품을 내지 못하고 제작비에도 못미치는 1천만∼5천만원을 받고 판권을 넘기고 있다. 이와 관련,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장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을뿐 아니라 출시된 타이틀도 특정 분야에만 몰려 있어 기존 제품과 차별화가안돼 판매하기가 어렵다. 이때문에 판권가격이 낮게 책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통채널이 협소한 것도 CD롬 타이틀의 수요확산을 저해하는 요소로지적되고 있다. 소비자가 타이틀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용산전자상가나 세진컴퓨터랜드 외에 이용할 만한 장소가 없다. 미국에서는 가전매장과 일반서점및 잡화용품매장에서도 타이틀을 판매하고 있다. 협소한 유통채널로 인해 소비자는 타이틀 구입을 미루게 되고 생산자는 판로가 한정돼 기존 유통사들과의 협상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된다.

또한 다단계유통으로 말미암아 제작사들이 타이틀 가격의 50% 내에서 총판에 제품을 넘기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이같은 다단계유통은 단계별로 구입가격에 차이를 만드는 상황을 초래한다. 총판을 맡은 판매점이 파는 타이틀 가격 그리고 그 총판으로부터 타이틀을 구매한 중소유통사·소매상 등의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정가로 팔고 있는 대형서점과 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용산매장의 가격차는 크게는 60% 이상 나고 있다.

특히 불과 10여 밖에 있는 용산의 두 매장에서도 제품가격이 10% 이상 차이나 소비자들이 좀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그 넓은 용산매장을 헤매고 있다. 이에 대해 용산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소비자들이 가장 싼 매장이 어디냐고 물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타이틀 가격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 제작사들이 소비자가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게 되고 이때문에 정가제가 정착된 도서점에서 타이틀을 취급하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타이틀유통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제작사들은 가격유지를위해 기존의 밀어내기 판매를 지양하고 물량조절을 해 가격을 유지하려고 한다. 솔다의 김정한 사장은 『유통사들이 취급할 수 있는 적절한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정상가격 유지가 제작사·유통사에 대해 소비자의 신뢰감을 형성해 모두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의 노력만 가지고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 CD롬 타이틀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정작 필요한 영세업체에 돌아가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자금지원은 모두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영세업체에는 그림의 떡』이라면서 『실제로 담보를 설정하지못해 정부지원금을 포기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와 함께 유통구조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선진모델인 출판업체와 제작업체 형식의 분업체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나 선진국 CD롬 타이틀업계에서는 이미 자리잡은 선진형태의 기업모습.

즉 타이틀 기획은 출판업체와 제작업체에서 함께 작업하며 타이틀 제작은제작사가, 타이틀 판매·홍보·AS는 출판업체에서 책임지는 형태의 분업화된경영모델이다.

CD롬 타이틀 출판업체인 솔다의 경우 한울미디어·양지미디어·소프트리서치·코리아컴퓨터·버츄얼 I/O시스템 등 5개의 협력업체와 이러한 협력관계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솔다는 「성지순례」 「조치훈 바둑명국 감상」등 14개 타이틀을 결과물로 선보이고 있다.

『영세한 제작업체가 하기 힘든 시장조사·기획·판매 등을 출판업체가 대행함으로써 제작업체는 제작에만 몰두, 타이틀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출판업체는 질높은 타이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판매에 강점을 가질 수있어 업체간에 상호이익』이라고 솔다의 한 관계자는 설명한다.

답보상태에 있는 타이틀시장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만을 겨냥한 제품이 아니라 세계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국내 전자산업이 일찍이 세계에 눈돌려 급속한 성장을 했듯이 타이틀산업도 이제는 해외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해 타이틀의 질도높이고 저변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타이틀산업이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자본으로 인정받는 풍토에서 가능하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CD롬 타이틀산업이 각광받는 미래산업으로 발돋움할 것인가 아니면 영화나게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는 제작사·유통사·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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