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연구관리단이 펴낸 「현행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기준 개선최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라는 지적산물을 생산해내는 데 소요되는 정신적·육체적 노력의 대가를계량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계량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사용자(수요자 또는 개발의뢰자)가 계약에 의해 특정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을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때 개발자와 사용자간의 인식 차이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개발자가 수행한 노력의 대가, 또는 사용자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평가가 현저하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89년 4월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기준」을 고시, 시행해온 이래 94년 1월과 96년 3월 등 2차에 걸쳐 개정보완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두번에 걸친 개정은 과거에 산적했던 문제들의 일부만을 해결하려했을 뿐이지, 현재 진행되는 컴퓨팅환경 및 개발환경의 변화를 수용하려는적극적인 노력은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는 지난 3월의 2차 개정때조차도 최근 컴퓨팅환경의 대세인 클라이언트 서버 시스템 개발대가 기준을 수용하지 못해 업계와 개발자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산정기준(96년 3월 개정)은 소프트웨어 개발 총물량(총 스텝 수)에 스텝당 단가를 곱한 직접 인건비를 기초로 하는 물량기준 방식이다. 즉 총 스텝 수에 스텝당 단가를 곱하고 다시 난이도 등을 감안하는각종 보정계수를 곱해서 얻어지는 「직접 인건비」, 직접인건비의 1백10∼1백20%에 해당하는 「제경비」, 직접 인건비와 제경비를 합한 금액의 20∼40%에 해당하는 「기술료」, 개발에 소요되는 잡비 등 직접 경비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직접 인건비+제경비+기술료+직접경비로 요약되는 소프트웨어 개발비총액을 산출하는 공식은과 같다.
하지만 이같은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방식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여러 가지 문제점(혹은 미비점)들이 나타나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
우선 현행 물량기준은 프로그램 크기가 무한대로 커지도록 돼있는 대형시스템 개발 적용위주로 돼있어 특정 기능이 중시되는 클라이언트 서버 시스템분야 개발비 산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현행 기준은 소스코드의 양(loc)이 많으면 많을수록 개발비 총액이 증가하도록 돼 있다. 반면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에서는 소스코드 양이 적으면서 많은 지식경험과 시간이 요구되는 고난도 프로그램이 많아 이 분야 개발업체들이 개발비 총액 산정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행기준이 제품의질에 대한 평가보다는 규모(소스코드)가 얼마나 방대한가만을 재는 비합리적척도로 흘러버렸다는 지적이다.
두번째 문제점 역시 최근의 컴퓨터환경이 클라이언트 서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개발비 총액에 시스템 운용환경 구축비용이 계상되지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시스템 환경에서는 기본 소프트웨어(OS·DBMS·프로토콜 등)와 네트워크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기 때문에 별도의 개발용 시스템 구축과정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에서는 개발자가 직접 DBMS·OS·사용자인터페이스미들웨어·네트워킹 등 관련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 그 환경에서 해당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때문에 구축비용의 추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기준이 분야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우리나라에서는 이제까지 언급한 물량기준 방식의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비산정기준 외에도 지리정보시스템(GIS)·멀티미디어·시스템통합(SI)·데이터베이스·네트워크·게임 등 분야마다 서로 달리 적용하는 6개의 개발비 산정기준이 존재한다. 따라서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시 GIS나 멀티미디어 등이 포함되는 프로젝트일 때 어떤 기준에 적용해야 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되는 것이다.
한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오는 5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빌딩에서정보통신연구관리단의 「현행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기준 개선 최종 연구보고서」를 기초로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기준 개선안 공청회를 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앞서 지적한 클라이언트 서버컴퓨터환경에 적합한 개발비 산정기준 및 시스템 운용환경 구축 대가기준에대한 연구모델이 제시될 예정이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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