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33)

『아!』

기미코 뒤로 고비가 들어서자 하라다가 말한다.

『틀림없이.』

『프랭크 고비 씨세요.』

기미코가 소개한다.

『반갑습니다.』

하라다의 빠른 눈이 고비의 신체를 꿰뚫어본다. 감탄하는 모습이 꽤 시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싸구려와 진짜를 구별할 줄 아는 눈이다.

『사토리 게임타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어서서 고비에게 절한다.

『게임타임이라기보다 거기서 남은 부스러기겠죠.』동굴을 훑어보며 고비가 말한다.

내부는 편리하게 정돈되어 있다. 작업실이다. 바깥에서 보면 무슨 어둡고습기 찬 동굴을 상상하겠지만, 안에는 눈 덮인 하늘이 디자인되어 있다. 동굴 전체에 작업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이상하게 다 비어 있다. 동굴 뒤쪽으로 나있는 복도 끝에 개인 침실과 공동 목욕탕, 부엌이 보인다.

『그건 그렇습니다.』

하라다도 인정한다.

『조금 전에 천둥소리 들으셨죠? 바로 칸첸중가 산이 무너지는 소리였습니다.』

그가 말한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백업이 있으니까요.』『다른 분들은 다 어디 계시죠?』

고비가 묻는다.

『다른 분들이라뇨?』

『팀의 다른 멤버들 말입니다. 같이 계시는 줄 알았는데요.』『같이 있었죠.』

『지금은 저희밖에 없어요.』

기미코가 설명한다.

『밖에 나갈 때 부주의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죠?』

『그의 손에 들어갔어요.』

『그라니요?』

하라다가 얼굴을 찌푸린다.

『사토. 타시 누르부. 리미 말이오.』

고비에게 앉으라고 권한 다음 말을 잇는다.

『물론, 그는 정신이상자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보통 정신건강으로 판가름되는 것이 아니니까.』

하라다는 무거워 보이는 검은테 안경을 벗더니 콧등을 문지른다.

『정신이상이라는 것은 머리색깔이나 눈색깔처럼 논쟁점이 되죠. 하지만그가 한 일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기준으로 그를 판가름할 수는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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