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 이번 통신사업자 선정을 바라보는 기존기간통신사업자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독과점이라는 정부의 보호속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배짱장사에 맛을 들여온 기존 통신사업자들에게는 갑자기 27개에 이르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공포」에 가깝다.
더욱이 각종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단련된 민간기업들이라는 점이 이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27개에 이르는 통신사업권 허가는 결론적으로 국내 통신시장 판도는 물론이고 재계의 판도까지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통신사업자 선정의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있다.
당초 정부가 허가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무려 30개에 이르는 통신사업권 허가가 통신분야는 물론 非통신업체들에게까지 통신사업 진입에 기회를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이런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전반적으로이른바 「통신 패밀리」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우선 최대 이권이 걸린 개인휴대통신(PCS) 분야만 살펴보자. 3장의 티킷가운데 1장은 기간통신사업자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국통신에게 할애됐고 1장은 전통적인 교환기 제조업체인 LG그룹이 가져갔다.
이른바 통신장비 비제조업체군에 할당된 나머지 1장의 티킷마저 제2 기간통신사업자인 데이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한솔PCS에게 돌아갔다.
이동전화와 무선호출의 틈새 시장을 겨냥한 발신전용 휴대전화(CT-2) 사업권 역시 한국통신(전국 사업권)과 기존의 10개 무선호출 지역사업자들의 몫으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非통신업체들에게 돌아간 사업권은 사실상 주파수공용통신(TRS)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향후 국내 통신 시장의 경쟁력 확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신진 통신 그룹의 육성이라는 「명분」보다는 기존의 통신 패밀리를최대한 활용한다는 「실리」쪽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차세대 글로벌 이동통신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는 범세계이동개인휴대통신(GMPCS)나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FPLMTS) 사업권 역시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유리한 상황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0년 이후의 국내 통신사업 구도를 예상할 수 있다.
즉 메이저급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통신·PCS 등 대형 통신서비스 부문은한국통신·데이콤·한국이동통신 등 기존의 통신 빅3와 통신장비업체로 PCS사업권을 받은 LG그룹의 四角 구도가 유력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무선호출·CT-2 등 메이저그룹을 받쳐주는 마이너 그룹은 나래·서울이동통신 등 기존 무선호출 제2사업자가 이끌어가는 구도가 예상된다.
이번 통신사업자 선정이 재계 전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거대 재벌간 연합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던 재계 1.2위의 삼성-현대그룹은 패배에 따르는 후유증보다는 향후 예상되는 재계 판도 변화에 신경을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사업권 경쟁의 최대 승리자로 평가되는 LG그룹의 경우,사상 유례없는「통신장비 제조 및 통신서비스 겸영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따내면서 최대도약 기회를 맞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삼성-현대-LG라는 재계순위가 이번 LG의 PCS사업권 획득으로 2000년대 초반에 뒤바뀔 가능성마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승철 기자>
IT 많이 본 뉴스
-
1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2
갤럭시에서도 애플TV 본다…안드로이드 전용 앱 배포
-
3
[체험기] 발열·성능 다 잡은 '40만원대' 게이밍폰 샤오미 포코X7프로
-
4
애플, 작년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0% 육박
-
5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오픈게임파운데이션 합류... 장현국과 맞손
-
6
TV 뺀 방송채널사용사업, 등록-〉신고제로
-
7
EBS 사장에 8명 지원…방통위, 국민 의견 수렴
-
8
추억의 IP 화려한 부활... 마비노기·RF 온라인 20년만의 귀환
-
9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AI GPU·인재 보릿고개…조속한 추경으로 풀어야”
-
10
이통3사, 갤럭시S25 공시지원금 최대 50만원 상향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