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03)

『죄송해요.』

아직 뜨거운 김이 나오는 오시보리 타월을 클라우디아의 얼굴에 대며 유키가 사과한다.

『가부키 배우들 같군.』

카를로스가 둘을 바라보며 얼굴에 여유있는 미소를 짓는다.

『미스 카토, 잘 가시오.』

클라우디아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곧 무겁게 짓누르는 무언가가 어깨에서 내려진 듯 숨을 내쉰다. 몇 초 안되어 그녀의 몸은 감각이 없어지고유키의 팔 안에 무기력하게 안긴다.

카를로스는 운동경기의 심판처럼 클라우디아를 바라보며 유키 뒤에 서 있다. 마지막 경련이 클라우디아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유키가 울먹인다.

『됐수다!』

오른쪽 눈에 이상한 빛을 띠며 유키에게 말한다.

『자기 대단해.』

카를로스가 킁킁거리며 공기를 들이마신다.

고비는 일종의 쇼크 상태에서 이 드라마를 바라본다. 그래, 저들은 고바야시의 의식을 빼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죽일 작정이었던 것이다.

카를로스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자, 우리 예쁜 아가씨.』

유키에게 말한다.

『그 정도면 됐으니까 아가씨 것도 좀 남겨둬요.』유키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카를로스를 바라본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

『괜히 질질 끌 필요 없잖아, 아가씨. 저 오시보리도 식어가는데 한 2초만더 있으면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어질 거야. 어떻게 하든 나하고야 상관없으니까 알아서 하라구.』

카를로스가 레이저총을 그녀의 눈 사이에 겨눈다.

『그만!』

고비가 외친다.

『그 정도면 되지 않았소. 그만둬요!』

카를로스는 못 들은 척한다.

『작별인사나 하시지. 자, 하나, 둘.』

유키는 가늘게 몸을 떤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카를로스를 바라보더니 체념한 듯 천천히 오시보리를 자신의 얼굴로 가져간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곧 그녀의 육체는 클라우디아의 그것 위로 무너져내린다. 유키의 경련은 몇 초간 지속된 후 멈춘다.

카를로스는 칼을 꺼내더니 재빨리 고비 옆으로 와 고비의 팔을 묶고 있던끈을 자른다.

고비는 피가 통하도록 팔을 문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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