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196)

여자가 얼굴에서 숄을 거둔다.

두 사무라이는 칼까지 떨어뜨리며 공포에 질려 물러선다.

여자의 얼굴은 아물지 않은 마마자국으로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오른쪽눈이 있던 자리는 검게 썩은 자국만 남아 있다. 그녀는 검은 이를 드러내며달콤한 미소를 짓는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녀는 노래한다.

『으아악!』

사무라이들은 소릴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을 친다.

『귀신이다!』

빨리 없어지라고 가마에 손을 흔들어댄다. 가마꾼들은 다시 가마를 들고걸음을 재촉한다.

『와쇼이! 와쇼이!』

그들의 소리가 골목길을 울린다. 두 사무라이가 숨을 가다듬을 즈음, 두가마를 따르던 가마가 경비초소에 도착한다.

두 사무라이는 극히 신경질적이 되어 가마를 내려놓으라고 손짓한다. 가마꾼들이 땅에 내려놓는다.

『자, 열어라!』

문을 내리친다.

문이 열린다.

안에는 괴물 같은 모습을 한 남자가 앉아 있는데 긴 코트에 일종의 두건을쓰고 찻잔 같은 것이 두 눈에 덮여 있다.

얼굴 왼편에는 은으로 된 체인이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다.

두 사무라이는 이 비현실적인 광경에 반사적으로 칼을 뽑는다.

남자는 오른쪽 소매를 내리더니 불시에 주먹세례를 퍼붓는다.

『윽!』

사무라이들은 몇 발작 물러선다. 사내의 팔에는 이상하게 생긴 장치가 달려 있다.

『이얍!』

사무라이들은 검을 번쩍이며 내리친다.

『동무들, 잘 있게나.』

채널 리모컨으로 그들을 공격하며 카를로스가 말한다.

정전기가 조금 일더니, 흰 얼룩이 진 다음, 화면이 정리된다.

카를로스는 가마의 문을 두들기며 가마꾼들을 재촉한다.

『저 가마를 좇아라!』

끄응 하며 가마를 들어올린다.

『와쇼이! 와쇼이!』

리듬을 맞추며 다시 소리를 시작한다.

두 가마는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옛 봉건영토의 정문에 다다른다.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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