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康煥 태일정밀 사장
새 정부 출범 후 발족한 행정쇄신위원회에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목적으로 실무위에 참여해서 활동해온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문제점을 발굴하고 복잡한 행정규제를 없애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각계에서 참여한 위원들이 매주 수요일 오후2시에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했고 어느 때는 밤 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많은 행정규제를완화함으로써 국민생활의 불편요소를 덜어 왔다고 자평한다.
복잡한 기업경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나는 빈번한 해외출장으로 인해 전력투구할 수 없는 점에 부담을 느끼면서 해외출장이 없는 경우에는 가급적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이 업무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것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이나 일반국민 모두가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주위의여러분과 얘기를 해보고, 또 몇분 재벌 총수들과 여러 언론들의 비판도 많이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한결같이 하나도 개선된 내용은 없고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의견들이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인 것은 이 분들께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하지 못하고 『뭔지 모르지만 문제가 크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실무적인 일을 직접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된다. 실무적인 일을 직접 해본 입장, 또는 규정을 집행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안을 생각해야 하는 점이 실제 내용을 모르고 무조건 불평하는사람과 다른 점일 것이다.
어쨌든 성과가 없었다고 하는 주변의 판단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다음과같이 정리해 보았다.
첫째 그동안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려 있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문제들에 접근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들은 그 발굴부터가 쉽지 않다. 또 문제를 발굴한다 해도 너무 엉켜 있다. 실타래를 엉키게 하는 것은 쉽지만 엉켜진 실타래를 정리해서 간추리는 것은 어렵다. 어떻게 보면 가위로 잘라버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규정의 제정단계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규정이 확실한 목적을 생각해서 창작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남의 것을 모방한 데서 생긴 오류이기 때문이다.
둘째 처음부터 너무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국민 모두가건전한 양식을 갖고 생활할 때 대부분 지켜질 수 있는 규정들이 아니다. 아무리 지키려고 해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규정들이 허다하다. 이러한 규정들을 완화시키는 데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 체험 한가지를소개한다. 우리 회사는 초정밀 전자부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로 국제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고민한 가장 큰 문제중 하나가 「청결도」 유지였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로중국인의 생활습성이 옛날부터 청결과는 거리가 멀고 그 생활수준 자체에도문제가 있었다. 청결 유지를 위해 벌도 가해 봤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던 중 책임자의 지혜로 청결도 경진대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상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2개월 만에 세계에서 가장 청결한 생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회사의 한국 현장보다도 깨끗했으며 일본의 유수 회사 간부들도 깜짝 놀란다. 새로 입사한 사원도 3일만 있으면 깨끗한 문화민족이 된다. 어렵게 벌주는 것보다 잘하는 부분에 대해 상을 주는 것이 훨씬좋은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체험을 통해 행정규제 및 지켜지지 않는 복잡하고 강한 규정보다는 국민 모두가 잘 지키도록 선도하는 분위기 조성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어려운 고충은 함께 이해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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