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의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장을선점하기 위해 최근들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앞다퉈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 애니메이션 제작붐이 일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94년. 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국내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블루시걸"이 극장에 개봉되면서부터다.
지난해엔 애니메이션 제작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면서 엄프로덕션.돌꽃컴퍼니.아마게돈.영프로덕션.대원동화.다센엔터테인먼트 등 많은 중소기업들이애니메이션 제작에 대거 참여해 "슈퍼차일드" "홍길동" "아마게돈" "헝그리베스트5" "붉은 매" "제네시스" 등 우리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10여편의 극장용 및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물론 평균적으로 극영화 제작비를 훨씬 웃도는 10억~40억원 안팎의 많은제작비를 투입해 제작한 이들 애니메이션중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대다수가관객들의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흥행에 참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이같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기회가 닿는다면다시 한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몇몇 제작사들은 흥행실패를 교훈삼아 새 작품의 기획에 벌써부터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작품이 경험과 기획력 부족으로 실패했으나 1~2년 가까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많은 실전경험을 쌓은데다 캐릭터사업을 비롯한 기타 연관사업에서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2번째 작품부터는 성공할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23일 허리우드극장을 비롯해 서울시내 주요극장에서 개봉됐던스포츠 만화영화인 "헝그리 베스트5"의 경우 당초 농구붐에 편승해 적어도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서울에서만 겨우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2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이 작품을 제작한 영프로덕션의 한 관계자는 "예상밖의 흥행실패로 많은 적자를 냈으나, 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많은경험을 쌓았다"며 "다음번엔 일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우리 손으로 직접 제작해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극장용 및 TV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기획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가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적잖은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캐릭터사업과 부대사업에서 만화산업의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현재 이 작품은 우일영상을 통해 비디오프로테이프로 출시돼 극장에서의흥행참패를 만회할 정도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수출협의 또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업계 처음으로 영화속 광고인 PPL기법을 도입하는 등 캐릭터사업에서만 2억원 안팎의 매출실적을 올린 것을 비롯해, 도레미레코드를통해 사운드트랙 앨범을 발매하고 한겨레정보통신을 통해 CD롬 타이틀을 출시하는 등 활발한 부대사업을 전개해 애니메이션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헝그리 베스트5"와는 달리 돌꽃컴퍼니가 제작해 작년 12월 24일 한국종합전시장에서 개봉됐던 "홍길동"의 경우 극장흥행 및 부대사업에서 모두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돌꽃컴퍼니가 28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한.일 합작으로 제작한 "홍길동"은한국종합전시장에서만 14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것을 비롯해 전국 주요극장에서 3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SKC와 4억원을 기본으로 러닝로열티로 개당 8천원을 받기로 비디오 판권계약을 체결했으며, 소니뮤직과도 1억원 안팎에 음반출반계약을 맺었다.
돌꽃컴퍼니는 또 32종의 업체들과 3억원 이상의 캐릭터 판권계약을 체결했으며 LG미디어와도 상당한 액수를 받고 CD롬 타이틀을 비롯해 게임.CDI 등멀티미디어 판권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NFD 등 해외 배급업체들과 1백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맺는 등 총 35억~40억원 안팎의 매출실적을 거둬 국내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로는 드물게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적자를 기록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애니메이션사업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며 "그러나 부모의 손을 잡고 와 이 영화를관람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을 보니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제작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20일 서울극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극장에서 개봉한 "아마게돈"의경우 월트 디즈니의 "토이 스토리"와 맞서 개봉 첫주 만에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개봉후 20여일이 지난 현재 흥행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로 인해 캐릭터사업과 기타 부대사업에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2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이 작품을 제작한 아마게돈은 이미 대우와 6억원에 비디오 판권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LG소프트웨어.미리내소프트.아가방 등 굵직굵직한 업체들과 5억원 이상의 캐릭터 사용계약을 맺었으며 해외주요 배급업체들과 1백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결과적으로 아마게돈은 극장 흥행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캐릭터사업을 포함한 연관사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적자는 면한 것으로알려졌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제작사업은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면서도 작품의 선정과기획력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험성이 큰 사업이다. 물론 모험성이큰 만큼 가능성도 높은 사업이다.
이같은 애니메이션 사업의 양면성에 끌려 최근엔 국내의 주요 대기업들이앞다퉈 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참여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제일제당의 출자사인 제이콤이 작년말에 제이콤애니메이션을 출범시켰으며쌍용그룹은 씨네드림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착수했다. 또 삼성영상사업단은 TF팀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적극 추진하고있다.
이외에도 동양그룹계열의 케이블TV인 오리온카툰네트워크와 현대계열의 금강기획, 그리고 벽산그룹 등 8개 이상의 대기업들이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든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사업참여로 올해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비롯해 비디오용.공중파용.케이블TV용 등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0여편이 국내에서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이 이분야에서 과연 황금알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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