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상산업부 내에선 가전제품 특별소비세부과 폐지문제가 조심스럽게거론되고 있다. 연초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전제품이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는 인식을 또다시 상기시키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과 움직임은 그동안 수차 거론됐음에도 불구하고 세무당국의 이해와 엇갈려 여전히 고율의 세금을 물고 있고, 이번에도 폐지 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주무부처인 재정경제원이 다른 세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구호성에 그칠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통산부가 가전제품 특소세 폐지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물가안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이제는기업들에게 인위적으로 가격을 내리라고 주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물가를잡기 위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물가안정과는 상반된 것들이 현안문제로 대두돼 전자업계에 더욱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리콜제 전격 확대실시와 제조물 책임(PL)법 및 집단소송에 관한법률제정 움직임,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 도입 및 폐가전제품 예치금 요율인상움직임 등을 조목조목 분석해볼 때 이들 모두는 물가상승의 요소가 된다.
가전업체를 비롯한 전자업계가 이들을 원가에 흡수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때문이다.
또 이같은 비경쟁적 요소를 원가에 흡수할 경우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국제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전자산업의 수출이 국내산업 전체수출의 30%를 훨씬 웃돌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민경제 측면에서 볼 때에도 소비자 보호 또는 국민복지향상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자산업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정도로 틀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자측면을 강조할 경우 오히려 국민복지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빚어낼 가능성이크다는 것이다.
먼저 PL법의 경우 경제대국인 일본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는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3년에 도입한 리콜제도도일부 공산품에 대해 적용했으나 제도 자체가 미흡해 그동안 실질적인 기능을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된 PL법과 맞물려 이제부터그 효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가 올해 PL법을 제정해 내년에 시행한다면 경제력에서는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사회복지를 이루게 되는 셈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PL법과 리콜제 등을 시행해온 미국에서는 "소비자 천국"이라는 말이 일반화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제조업자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상품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이어서 사실상 자국산업의 경쟁력 여부와는 거리가 멀다.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의 경우 미국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천달러였던 지난92년에 도입했고, 일본은 아직까지 입법화하지 않은 상태이다.
일본의 경우 10년이상 논란을 거듭하다가 현재 VCR를 제외한 디지털 기기에 대해서만 사적 복제 부과금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싱가포르.홍콩 등에서는 아직 이 사적 복제보상금제도의 도입 자체가 수면 아래에 깊숙히 파묻혀 있다.
현재 사적 복제 보상금제도에 대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는 공식적으로는그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자업계는 최근에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이 제도의 도입문제를 놓고 상당한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제품 폐기물 예치금 문제도 선진 외국에선 철저하게 책임소재에 따라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즉 소비자와 정부.기업이 각각의 역할에따라 분담해서 책임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전업계가낸 2백30여억원의 예치금을 집하장이나 소각장과 같은 폐가전 처리시설 구축에 쓰지 못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폐기물 처리 또는 재활용을 위한노력을 게을리하고도 예치금 요율을 올려서 폐가전 회수율을 높이려는 발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사적복제 보상금제도와 폐가전 예치금(또는 부담금) 인상문제는 물가인상 요인으로 직결될 뿐만 아니라 전자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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