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허리에 그어진 분단이라는 금을 의료기기 전시회가 과연 넘을수있을 것인가.
우리에겐 절해 고안와 같은 북녘땅 평양에서 오는 4월에 열리는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에 북한당국이 한국 기업의 참가를 허용함에 따라 한국 기업의전시회 참가 성사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의 문을 열고 우리에게 초청의 몸짓을 보내는 것 자체만 해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념과 체제의 장벽으로 인해 북한의 산업, 특히 첨단산업인 전자산업은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며 전자의료기기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메디슨.삼성GE의료기기 등 국내 대표적인 의료기기 업체들은 이번북한의 국제 의료기기전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업체는 벌써부터 해외 지사 및 나름대로의 채널을 통해 북한의 진의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전시회 참가에 따른 문제점.기대효과 및 각종 세부사항에대한 검토작업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한국 기업의 전시회 참가를 허용한다는 방침이 처음 한국에 전해진것은 평양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의 주관사인 독일의 IFS(국제박람회서비스)사를 통해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가허용의 조건으로 북한은 *참가신청은 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할 것*출품 품목에 한국 국적(Made in Korea) 및 한글을 표기하지 말 것 *전시회참가자는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 국적 소지자에 한할 것 등 3가지 단서를 달았다.
이에 앞서 북한은 삼성.현대.LG.대우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들은 참가를 불허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들어 대기업일지라도 위의 조건만 따르면 허용키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이 한국 기업의 북한 전시회에의 참가를 허용한 것은 의료기기부문이 이념과 사상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인도주의적 보건의료산업인데다한국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참가자를 늘리고 국제적인 관심을 유도해 심각한경제난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북한이 제시한 부스 임대료 등 전시회 경비가 여타 세계적인전시회 수준과 비슷한 점, 참가신청 마감일이 지나도 한국기업이 참가를원할 경우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 등에서 찾아질 수 있다.
국내업체들이 북한 의료기기전에 참가하려는 것은 이 전시회에 참가함으로써당장 의료기기 판매 등으로 인한 수익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국산 의료기기의 북한 전시"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기업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며,장기적으로는 통일이후 남북한간의 의료서비스 수준차이를 줄이기 위한 사전정보수집의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리랑카.중국.동남아 국가 등에도 EDCF(대외경제협력기금)를 통해 대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려는 마당에 같은 민족인 북한동포의 의료시혜 확대를 위해서 무슨 일인들 못하겠느냐"는 말로 전시회참가추진배경을 밝히고 있다.
이번 평양 의료기기 전시회에 우리 기업의 참가가 성사될 경우 이를 기점으로 남북한간 의료산업의 교류가 급속히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통일원이 발간한 "북한 무역상사 등 관련기관 일람(95년판)"에 따르면 북한에는 의료기기의 수출입을 담당하는 "만년보건총회사" 및 "장수무역회사"등의 업체가 있어, 만약 한국 기업의 북한 전시회 참가가 성사될 경우 향후이업체들이 남북한간 보건의료부문 교류의 한국측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매우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종교단체 등 민간차원의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우리는 적지 않은 국산의료기기를 북한에 전달한 적이 있어 무상기증 정도의 협력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를 비롯한 의료기기 관련단체들은 평소북한을 대상으로 병원건설 및 의료기기 제공 등 보건의료사업에 관해 깊은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 EDCF사업도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있다.
뿐만 아니라 국산 의료기기의 북한 전시가 원만하게 치러질 경우, 보건의료산업 이외의 타부문에도 영향을 미쳐 남북한간 민간차원의 경제부문 교류가급속히 확대되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북한의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하기까지는 적지 않은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북한 전시회 참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우리측 업체 및 단체가 없어정보수집이 매우 어렵고 시일이 촉박하다는 점과, 외국 국적 소지자가 많지않다는 점, 신변 보장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점 등이다.
특히 신변 보장문제는 전시회 참가를 희망하는 업체 및 단체가 독자적으로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더욱 고심하는 대목이다.
남과 북의 왕래가 자유롭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의 태도도 큰 변수다.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전시회에 북한이 참여한 적이 없어 이번 전시회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경우 국제적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예상치 못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점을 우려해 우리 기업의 전시회 참여를 탐탁잖게 볼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통일원 등 우리 정부는 국내기업들이 북한의 의료기기 전시회에참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기업의 첫 북한진출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효상기자>
경제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단독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 못한다…생보사, 줄줄이 판매중지
-
3
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연구 '46셀 개발팀'으로 명명
-
4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5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6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7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8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9
127큐비트 IBM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국내 첫 가동
-
10
'슈퍼컴퓨터 톱500' 한국 보유수 기준 8위, 성능 10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