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해 새설계 (2) LG전자 구자홍 사장

LG전자가 최고 경영자의 세대교체를 통해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하려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LG전자의 공동 대표이사로 일해온 구자홍사장은 최근 그룹내 전자미디어 CU장까지 맡아, LG전자를 이끌어온 이헌조 전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기업경영이념을 "정도경영을 바탕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인간존중의 경영을 실현한다"는 데 두기로 했다.

구사장은 이미 전문경영인으로서 전자산업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미래사업에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일을 추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6년을 맞아 구사장으로부터 새해 경영구상을 들어봤다.

-올해 전자미디어 CU장이 되셨는데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이신가요.

▲먼저 CU의 구성원들이 우리의 비전과 경영이념 등 회사 전체의 모습을쉽고 명확하게 이해한 바탕아래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전을 단순화.명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전자미디어 CU의 비전을 "The Best Global Company", 즉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이 되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경영이념도 나름대로 "정도경영을 바탕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실현한다는 데 두고 전임직원이 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조성에 힘쓸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등주의.고객감동.공동체적 로경이라는 3대요소가 충족돼야 할 것입니다.

일등주의 정신은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사상이라고 봅니다. 또 고객을 떠나서는 LG전자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진정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기업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체적 로경은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감사하고또 구성원들은 회사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것으로 LG전자에 있어선 영원한기본사상이 될 것입니다.

이같은 LG전자의 비전과 경영이념.경영사상을 정착.발전시키기 위해선이에 걸맞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헌조 전회장이 그동안 심어놓은 스피드(Speed), 질(Quality), 팀워크(Teamwork)에다 경계없는사고(Boundlessness)와 권한부여(Empowerment)를 조직문화에 추가했습니다.

이 두가지 요소는 LG가 제2의 새로운 경영을 성취시키고 글로벌화하려면반드시 새겨둬야 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LG전자의 금년도 경영전략을 말씀해주십시오.

▲당연한 얘기겠지만 성장사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집중시킬 방침입니다.

하이미디어.하이리빙, 그리고 핵심부품 등 각 사업군에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분야를 선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하는 "톱3"전략을 펼칠 것입니다. 세계 "톱3"로 육성시킬 분야로는 하이미디어 사업군에서모니터와 CD롬, 하이리빙 사업군에서 에어컨, 부품사업군에선 TV용 브라운관(CPT)과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등을 각각 선정했습니다.

세부적인 사업품목의 운영은 각 사업부(OBU)별로 "스타"상품을 창출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단순히 기능을 개선시킨 신제품 개발이아니라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스타"상품을 만들어내고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밀접한 전략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과 디스플레이 분야, 정보통신서비스 및 관련 소프트웨어사업에도 적극 진출하는 등 성장사업분야에 자원을 집중시킬 계획입니다. 해외법인의 경쟁력 확보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각 법인별로 전략과제를 설정하고 이 과제의 해결을 통해 해외법인의 손익구조를 지난해보다 50% 이상 개선시키는 데 주력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해외사업은 "시장이 있는 곳"에 "시장규모에 맞게" 진출하되 조기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빠르고 과감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7월에 인수한 미제니스사에 대해선 생산라인 합리화 및 판매수익극대화 등 경영정상화 기반을 97년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LG전자의 생산기술력과 해외판매망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특히 제니스는 고선명(HD)TV를 비롯한 디지털 분야에서 상당한기술력을 확보해놓고 있어서 이를 LG전자의 차세대 하이미디어 사업의 기반구축용으로 최대한 활용할 예정입니다.

-주요 사업품목의 전개방향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하이미디어 사업군에선 우선 CD를 근간으로 한 기술개발과 시장우위확보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올해에는 6배속 CD롬 드라이브를 비롯한 CD베이스의 하드웨어쪽을 크게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 중에서도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부문에 대해선 특히 투자와 힘을 집중시킬 계획입니다.

DVD의 경우 앞으로 미국시장이 세계시장 수요를 주도해갈 것으로 보여이에 대비해 미제니스사와 개발 및 생산과 마케팅까지 협력하는 "DVD사업팀"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휴대폰과 이를 이어받아 차세대 통신시장에서 각광받게 될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개인휴대통신(PCS)도 LG의 중점 사업품목으로 육성시킬방침입니다. 그리고 PC.3DO사업의 안정화도 빼놓을 수 없겠죠.

또 이와 관련한 핵심부품을 전략적으로 육성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CPT.CDT와 함께 액정디스플레이(LCD)를 2000년대에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끌어올릴 각오입니다. 올초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박막트랜지스터(TFT) LCD에는 올해에도 시설투자 1천억원, 연구개발투자 9백억원 등 총 1천9백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그룹차원에서 이 부문에 대한관심이 높아 투자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이미디어 기기에 대응한광픽업과 섀도 마스크.편향코일(DY).고압변성기(FBT) 등 핵심부품의 개발과 생산을 위한 투자도 확대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하이리빙 사업군에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상품이 에어컨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남아.아프리카.중동 등 신규시장 개척과 수요확대에힘입어 지난해 수출이 2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도 3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것으로 보임에 따라 해외 현지에서의 직접 생산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LG전자는 멀티미디어를 하이미디어 사업군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여의도 멀티미디어 서비스(YCT) 시범사업과 PC통신 서비스사업 추진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 분야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 하이미디어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밝혀주십시오.

▲초고속 정보고속도로의 구축 등 멀티미디어환경 구현에 가장 앞장서고있는 미국에서조차도 아직은 정확한 궤도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미에 당기는 메뉴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표준화도 매우 미흡한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도 선진국과 대등하게 시작한다는 인식아래 그동안 이헌조회장을주축으로 멀티미디어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추진해왔습니다. 세트톱박스공급 등을 통한 잇따른 미 주문형 비디오(VOD)시장 공동참여(EMC큐브사.오라클사)나 디지털 VOD용 세트톱박스 공동개발(3DO사) 등과 함께YCT사업의 선도적인 추진도 멀티미디어시장 선점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것입니다. 앞으로도 이같은 프로젝트를 적극 권장하고 추진하겠지만 구체적인 사업화 여부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시장환경을 지켜보면서 사안별로 결정할 것입니다.

이보다는 국제적인 표준화 활동에 선도적으로 참여하면서 하이미디어 관련기기 및 부품의 개발과 기술력 확보쪽에 더 힘쓸 방침입니다. 일례로 제니스사와 디지털 TV를 개발하고 HDTV 기술력을 쌓는 것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시대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DVD사업 공동추진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해외투자 및 경영방침을 말씀해주십시오.

▲해외경영의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해외법인장의 권한과 책임을 SBU(전략적 사업단위)장과 대등한 수준으로 높여 인력선발.

배치 등의 인사권과 제품운용, 마케팅 등 대부분의 사업전략을 법인장이 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지역별 인재개발위원회도 각 지역본부별로운영할 계획입니다. 지역본사는 우선 중국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해서 구주.아주.미주 등지로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해외법인장과 주요 경영층에 현지인을 임명하는 것은 앞으로도 더 확산시켜나갈 계획입니다. 또 현지 채용인력의 본사 근무와 지역간 인사교류를 확대하고 지역전문가 양성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해외현지화의 핵심지역으로는 중국.동남아.인도 등 아시아권을 꼽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히트상품을 계속 창출할 수 있는 거점시장일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기지화할 수 있는 유망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LG브랜드 "톱3"의실현도 주로 이들 지역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소협력업체들에 대한 정책과 금년도 매출 및 투자계획을 밝혀주십시오.

▲현재 그룹차원에서 추진중인 "정도경영"을 LG전자도 철저하게 지킬 계획입니다. 협력업체간의 경쟁원리를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품질혁신을 최대한지원하고 공정한 거래관행을 정착시켜나갈 것입니다.

매출목표는 수출 4조9천억원, 내수판매 3조7천억원 등 지난해보다 30% 정도가 늘어난 8조6천억원으로 잡았습니다. 또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20.8% 증가한 1조4천5백억원으로 책정했는데, 특히 연구개발쪽에는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매출액의 7%를 넘는 6천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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