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번들용"타이틀이 "정품" 고사시킨다

번들용 CD롬 타이틀이 PC소프트웨어 유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 등에서 PC를 팔 때 얹어주는 번들용 CD롬 타이틀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무상으로 지원되는 제품이어서 시중판매는 원칙적으로 금지 되어 있으나 상가 등지의 소프트웨어 매장에는 번들용 CD롬 타이틀이 정품으 로진열돼 싼값에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CD롬 타이틀 가운데 3분의 2이상이 이같은번들제품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친 후 제값을 받아야 하는 정품은 뒷전으로 밀린 채、비매용인 번들제품이 싼값으로팔리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PC소프트웨어 유통시장에 번들용 CD롬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는 이유중 가 장큰 원인은 국내 타이틀 개발업체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데 있다. 이들 중소 CD롬 타이틀 개발업체로서는 정품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이지만 목돈 을 만질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우선 번들 도.소매에 주력하게 된다.

번들제품이 크게 성행하는 또다른 이유는 연중 계속되는 갖가지 이름의 컴퓨터 관련행사가 번들용 CD롬 타이틀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1년 내내 바겐세일하는 행사기간중에 대부분의 참여업체들은 프로그램을 50~60% 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 정품 프로그램을 제값 주고 사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또한 최근들어 외국산 번들용 소프트웨어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고 있는것도 번들제품이 성행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려 1천 여종의 외산 번들용 CD롬 타이틀이 수입돼 소프트웨어 유통시장에 배포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종류별로 50여개에서 수백개씩 소량 수입되지만 한번에보통 20~30종씩 들여오기 때문에 국산 CD롬 타이틀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타이틀의 내용이 국내정서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표기돼 있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으로 공급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산제품의 가격구조를 붕괴시키고 단명화를 재촉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컴퓨터 관련제품의 가격파괴 영향으로 지목된다. 각종 가격파괴업체들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가리지 않고 값내리기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인하한 제품가격만큼의 부담은 고스란히 제품 개발업자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결국 프로그램 공급자들도 출고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며、 당연히 많은돈이 드는 정품 프로그램보다는 값싼 번들제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 결국은 CD롬 타이틀시장이 개발제품의 질에는 관계없이 공급물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이같은 요인들로 인해 소비자들도 정품 구입보다 값싼 번들제품을 선호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CD롬 타이틀시장도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유통시장처 럼질서가 무너지면서 타이틀 개발의욕을 완전히 위축시키게 될 것이 확실하다. 이미 번들용 CD롬 타이틀은 유통시장에 물밀듯이 흘러들어가 정품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따라서 번들제품의 시중판매로 혼란을 겪고 있는 국내 CD롬 타이틀시장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CD롬 타이틀산업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차제에 CD롬 타이틀시장의 유통구조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불건전한 유통관행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 、타이틀 개발업체、 유통업자들도 바람직하지 못한 CD롬 타이틀의 유통질서 를바로잡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