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된 75만여대의 에어컨을 포함、 하절기 국내의 냉방전력수요는 연간 5백만㎻에 달하고 있다.
이는 하절기 2~3개월의 냉방을 위해 발전용량 1백만㎻급 원자력 발전소 5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며 향후 가정용 에어컨이 급속히 보급될 것을 예상할 때 국가적 전력수급 안정문제는 정부와 한전 등 유관기관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냉방수요증가에 따른 첨두(최대전력소비시간)부하 심화를 수급불균 형차원에서 보고 가스냉방기기 보급확대와 전력소비 비중이 큰 가전、 조명 기기의 고효율화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2년 당시 상공자원부가 에어컨、 냉장고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소비 효율(EER)등급제를 실시한 것과 "에너지절약 기술개발 성공조건부 지원사업" 으로 보다 고효율 에어컨개발작업을 추진한 것도 동일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에서 에어컨을 생산하는 7개 업체를 참여시킨 가운데 지난 92년 착수 한냉방용량 3천5백Kcal급 고효율에어컨 개발사업은 기존의 1등급보다 소비효율을 24%향상시킨 3.7Kcal h를 목표치로 설정했다.
그러나 목표달성 선착순위로 지원금을 차등지원하는 이 성공조건부사업은 작년 초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목표를 조기달성하자 나머지 6개 업체가 도중 하차하면서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삼성을 제외한 여타업체가 도중하차한 것은 지원금의 차등지원뿐 아니라참여업체가 모두 성공할 경우 현재도 선진국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이 상향조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업체들의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참여업체간 기술수준이나 연구개발조건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유경쟁을 시도한 것과 설정목표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정부는 다시 중대형 패키지에어컨을 대상으로 고효율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불발로 끝난 1차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세밀한 보완작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에어컨업체들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체들은 에어컨이 다른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향후 생활필수품으로 정착 될것이 분명한데 장기적인 대책없이 고효율화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정책적으로 한계가 있고 기술적인 여건과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 업계에 부담이 전가된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
우선 기술적인 문제로 에어컨 고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고성능 압축기 국산화를 포함 열교환기、 모터 등 다양한 기술이 동시에 개발되어야 하고상품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가 전력수급대책에 급급한 나머지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치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가격상승 요인에 비해 고효율에어컨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기료절감효과는미미 기존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는 시장성을 자신할수 없어 결국 업체가 원가상승분을 흡수해야할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팽배해 있다.
에어컨업체들은 이 고효율에어컨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업체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한 대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참여기 업에 다양한 인센티브제공、 핵심기술관련 컨소시엄구성、 지원금확대 및 지원방식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절기 전력수급과 관련 뚜렷한 대안이 없는 정부는 고 효율화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고효율에어컨개발작업에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업계 역시 정부가 국가적 전력수급을 명분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일 경우 빠져나갈 묘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고효율 에어컨개발사업의 목적이 참여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만큼 정부、 업계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합리적 인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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