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CB업체들의 부도 및 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견PCB 업체들에까지 연쇄부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월 6천~7천㎞가량의 물량을 생산해오던 중견산업용PCB업체인 진세정밀이 연초에 부도를 내고 공중분해됐고 S전자.D물산.D써키트 등 중소 산업용PCB업계가 잇따라 좌초됐다.
소수의 대형업체중심으로 구조가 완전히 재편된 단면PCB분야도 백산전자와 함께 중견전문업체로 명맥을 유지해온 D전자가 최근 심각한 경영난으로 1차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영세규모의 PCB업체들에나 해당됐던 연쇄부도가 최근들어 중견업체 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국내PCB관련 전.후방산업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PCB업계는 구조적으로 원판(CCL)업체와 세트업체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주로 대기업들인 이들의 무리한 요구를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때문에원판업체들은 원가부담을 PCB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할 수 있지만 PCB업체들 은세트업체에 대한 종속적인 구조로 인해 이를 세트업체에 이전할 수 없어 PCB업계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이같은 구조적인 수직계열화현상은 PCB업계의 양 극화를 초래、 결국 중급PCB업체들의 도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PCB관련 업계가 지난해부터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수요측인 세트업체들이 안정적인 공급문제를 고려、 대형업체에 주문을 몰아주고 있어 중급업체들은 "호황속의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그룹계열 PCB업체들과 상장PCB 6사를 포함한 "A급" PCB전문업체 들의 상황은 계속 호전되고 있는 상태다. 또 속칭 "마치고바"로 불리는 대다 수중소업체들의 경우는 규모가 작은데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비용절감도 상대적으로 쉬워 피해갈 여력이 남아있다.
중소기업이란 불리한 여건속에서 원자재 대금은 현금으로 결제하고 PCB납 품대금은 어음으로 결제받는 구조적인 취약점도 이들 중급PCB업체들의 경영 에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원판수급이 악화되면서 중소업체들의 원판대금결제수단은 현금결제가 관행 시되었고 최근들어서는 선금거래까지 일반화되는 추세다. 반면 세트업체는 보통 6개월 안팎의 어음으로 결제、 자연히 PCB업계의 자금순환이 어려워지고있는 것이다.
가전3사 등 주로 대기업들과 거래하는 선발PCB업체들의 경우 설사 어음이 라해도 어렵지않게 어음할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소PCB업체들은 보통 중소 세트업체와 거래하기에 어음할인마저 쉽지 않아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D사의 한 관계자는 "PCB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초기투자규모가 막대 한데다 세트업체의 요구에 대응키 위해서는 자동화를 위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해 상당수의 PCB업체들의 자금난이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순환 이 제대로 되지 않고 원판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은갈수록가중되는 데도 불구하고 PCB공급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연쇄부도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PCB공급가격은 매년 큰 폭의 하락을 거듭해 현재 단면제품이 보통 ㎞당 19~20달러선、 양면은 겨우 1백10~1백2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얼마전에는 이례적으로 대형세트업체들이 PCB공급 가격을 3~5% 인상해주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극소수 PCB업체들만이 혜택을 받을 뿐 상당수의 중소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게현실이다.
결국 밖으로는 원판업체와 세트업체사이에 형성된 종속구조、 안으로는 PCB업계안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현 상을 극복하지 않고는 중견업체로 확산되고 있는 PCB업계의 "부도 도미노"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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