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경] 네덜란드 SHV마크로사 국내 상륙

컴퓨터 유통가가 심상찮다.

세진컴퓨터랜드가 가격파괴돌풍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형태의 양판점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엄청난 자본력으로 무장한 다국적 기업이 국내 컴퓨터시장에 상륙했다.

다국적기업인 네덜란드 SHV마크로사는 지난 24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내년부터 전국 10대 주요도시에 1만평 안팎의 대규모 종 합양판점을 개설, 새로운 형태의 가격파괴점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로의 국내합작법인인 코리아마크로는 인천, 분당, 일산 등지에 이미 7천평에서 1만평의 대지를 구입, 창고형태의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회사는 1차로 내년 1월17일께 인천 송림동 공단내에 9천평짜리 대규모 매장을 개장할 예정이며 이어서 분당에 7천2백평, 일산에 6천8백평 규모의 가격파괴매장을 개설해 늦어도 내년 11월까지 3개매장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는 오는 99년까지 서울과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 10여개 거점에 1만평 내외의 대형매장을 개설해 전국적인 체인망을 확보한다는 중장기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코리아마크로의 주요 취급품목은 식품및 가구류. 여기에 컴퓨터및 사무용기기 가전제품 등 정보통신기기도 제법 무게가 실려있다.

최근 컴퓨터 유통가가 마크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규모의 경제"때문.

사실 코리아마크로가 취급하는 전체 물류량이나 예상 매출액중 컴퓨터및 정보통신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마크로는 본래 식품과 가구 등 생활용품을 주력제품으로 판매해 온 유통사. 최근 컴퓨터.정보통신분야가 고부가가치 사업품목으로 부상하면서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

문제는 마크로의 규모나 외형을 감안할 때 소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물량이 워낙 엄청나다는 점이다.

내년초 개장을 앞둔 인천점의 경우, 전체 대지 9천평중 매장은 5천평 규모 로 단층건물 형태로 지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한 매장규모나 취급 품목, 협력업체 등은 베일에 가려져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태.

마크로의 한 관계자는 "컴퓨터.정보통신.OA매장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있는 세진컴퓨터랜드의 매장규모보다 훨씬 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최소한 4백~5백평은 넘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정도 규모면 매달 매출액이 최소한 10억원은 돼야 현상유지가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정분야의 전문딜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문딜러란 용산상가내 컴퓨터 유통업계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이 파악하면서 부품이나 완제품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유통전문가. 따라서 일반인이나 도매점이 상상하기 힘든 가격에 제품을 구입 공급하기 때문에 제품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마크로는 매장을 크게 식품부와 비식품부로 구분, 운영할 계획이며 컴퓨터 및 정보통신 관련제품은 비식품부 소속 OA부문에서 관장케 할 방침. 특히 OA부문은 10여개 카테고리로 구분, 팩시밀리, 전화기, OA소모품, 액세서리, PC완제품 멀티미디어, 주변기기부품, 게임기, 소프트웨어 등의 전문품목으로 세분화시켜 영업하는 것을 기본골격으로 세워놓고 있다.

마크로의 제품 수급전략은 이들 카테고리를 몇명의 유통전문가에게 전담시켜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고객구성비율도 특이하다. 마크로는 처음부터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한 제품판매보다는 도매점이나 소매점을 겨냥한 제품판매방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다고일반 소비자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마크로 관계자는 제품 과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 판매는 평균 30%선이 될 것이며나머지는 자영업자와 도소매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마크로의 출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없지않다.

먼저 외국기업이 한국에 상륙해 단숨에 시장을 석권한다는 게 기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제품수급과 관련해 아무리 뛰어난 딜러라도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외국유통업체와 거래하는데 선뜻 제품을 내줄 기업체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격도 문제다. 가격파괴점을 표방하고 나선 세진도 끊임없는 부도설과 자 금압박설에 시달리면서 사실상 가격파괴와는 무관한 일반대리점 가격에 제품 을 공급받고 있는 실정. 더욱이 외국업체인 마크로가 세진이나 컴퓨터클럽, C마트 등 기존업체보다 싼 가격에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런지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과 불과 1~2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인천에서 지역 컴퓨터상권을 장악 할 수 있을 지의 여부도 관심거리다.

용산 등지의 전문상가에서 최신 정보도 듣고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구입해 온 도매상들이 하루아침에 가격이 몇천원 싸다고 해서 거래선을 바꾸겠느냐는 주장도 설득력있다.

아무튼 지난해부터 돌풍을 몰고있는 세진컴퓨터랜드와 컴퓨터클럽, C마트 등 기존 컴퓨터 가격파괴점은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난 게 틀림없다.

특히 어렵게 지방상권을 형성해 온 대기업 대리점들과 중소 도소매상, 자영업자들은 자칫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런지도 모른다.

용산상가나 컴퓨터 유통가의 전문가들이 벌써부터 마크로여파를 우려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욱이 내년에는 르카프, 웰마트, 시어스 등 국내기업과는 비교가 되지않는 공룡기업이 무려 5~6개업체나 국내컴퓨터유통시장에 진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세진, 컴퓨터클럽, C마트등 3개업체가 주도한 컴퓨터유통구조 는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초대 형 가격파괴매장과 기존업체중 어느편이 주도권을 장악할런지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편이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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