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외부기업 지분허용 배경

한글과컴퓨터가 외부기업 주식지분을 끌어들이는등 기업간 전략적제휴를 통해 2000년대 세계일류기업 도약의 발판을 모색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글과컴퓨터는 20일 그 첫번째 상대로 한국IBM에 주식 5%를 액면가(5천원) 의 16배 프리미엄으로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업간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2000년대 세계적 SW회사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컴비전2000" 실현을 위한 토대의 첫 신호탄을 발사한 셈이다.

외부기업 지분참여로 한글과컴퓨터는 의도적이든 그렇지않든 한미합작법인으로 전환되는 등 과감한 기업변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한글과컴퓨터의 이같은 변신은 이미 지난해부터 반공개적으로 추진돼 어느정 도 예고돼온 것이었다.

또한 그동안 "한글"시리즈로 이른바 사용자들의 "한글에 대한 자존심"에 호소해왔던 기업전략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에서 이다. 특히 정보고속 도로와 같은 총체적 정보시스템의 등장을 비롯、 제품의 다양화등 컴퓨터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새 전략이 필요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의 모색을 문서화한 것이 바로 지난해 10월 공개한 "한컴비전200 0"이라 할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변신은 크게 "기업외형불리기"와 "거대기업의 후광얻기 라는두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진행돼왔다.

전자는 97년 상장、 99년 매출 1천억원의 세계일류기업기반 마련이라는 "한 컴비전2000"실현의 물적토대 마련을 위한 증자를 의미한다. 상장시점에서 자본금을 50억원이상으로 늘린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와관련 지난해 10월 "한컴비전2000"을 발표하면서 한글과컴퓨터는 자사의주식가치가 액면가의 20배에 달한다는 쌍용투자증권측 평가결과를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상장에 앞서 자본금 증자과정에서 프리미엄을 계산한 외부 기업의 지분참여 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후자는 바로 이같은 증자과정에서 기반이 튼튼한 재벌기업을 상징적으로 끌어들여 "한컴비전2000"에 대한 실현가능성과 객관성을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또 이들 기업에 각각 5~10%의 제한적 지분율을 허용하되 액면주식에 대 한프리미엄을 챙긴다는 계산도 물론 깔려있다.

한글과컴퓨터가 이 부분에 비중을 두고 접촉한 재벌들로는 현대、 LG、 삼성 、 우성그룹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들과의 협상은 여러가지 조건과 환경변화 에 따라 큰 진전을 보지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들어 물망에 오른 기업이 한국IBM과 금호그룹이었다.

이 가운데 때마침 기술과 기업이미지 측면에 탄탄한 뿌리를 내린 한글과컴퓨 터의 도움을 필요로 하던 한국IBM은 우선 지분율 5%에 합의했다. 아시아나 항공을 내세운 금호그룹과의 협상은 현재 지분율에 대한 의견을 좁히는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한글과컴퓨터가 이같은 지분 참여기업 물색과정에서 지분율은 비록 많지않지만 한국IBM을 택했다는 것은 전혀 의외였다. 한국IBM이 전형적 다국적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결과에 상관없이 업계와 사용자들에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IBM의 참여에 대한 외부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시각과 긍정적시각이 팽팽하게 교차하는 형국이다.

부정적시각의 주류는 그동안 "순수 국산 또는 한글의 문화적 정서"라는 한글 과컴퓨터의 기업이미지에 적지않은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것에 모아지고있다. 실제 90년 창업이후 한글과컴퓨터의 기업적 성공은 바로 이같은 이미지가 원동력이 됐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상징적인 것이긴 하지만 한국IBM의 지분참여가 오히려 한글 과컴퓨터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등 기업기반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시각은 특히 사용자등 고객층에서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긍정적 시각으로는 2000년대 세계일류기업 도약을 꿈꾸는 한글과컴퓨터로서" 어차피 겪어야할 과정"이라고 보는 일종의 통과의예로 해석하는 측면이다.

이를테면 한글과컴퓨터의 경쟁상대와 경쟁의 장은 이제 국내기업과 국내시장 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내수용으로서 기업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것이다. 한글과컴퓨터측 관계자도 이에대해 "삼성、 LG등이 국내출신이긴 하지만 이미 다국적기업화된지 오래"라고 전제하고있어 이번 한국IBM과 제휴에 대한 일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한글과컴퓨터의 증자와 외부기업지분유치 작업은 한국IBM에 이어 금호 그룹등 또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한국IBM과의 전략적 제휴나 "한컴비전2000"에 대한 실현가능성 여부도 이 과정에서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리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배적인 시각 이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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