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휴렛팩커드사가 중앙연구소로 99년간 장기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스탠포드 대학당에는 따로 사무실이 없다. 칸막이로 구분된 개인들의 작업공간과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번호를 매겨놓은 기둥들이 칸막이 중간중간에 놓여있을 뿐 직급에 따라 구분된 책상체계가 없다.
중앙연구소 뿐 아니라 휴렛팩커드의 모든 작업공간이 동일하게 만들어져 있다. 업계간의 경쟁이 다른 어느 분야 보다도 치열한 컴퓨터 업계에서 매년 20% 이상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오며 지난 94년 2백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휴렛팩커드만의 생존방식은 바로 이같은 작업공간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휴렛팩커드사의 창업자 중 한사람인 빌 휴렛은 "HP Way"라 이름붙여진 그들의 경영지침을 "적합한 여건 하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일을 창조할 것이라고 믿고 회사가 그러한 작업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조직원 전체간의 유기적 연결과 근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 개인들의 독립된 작업영역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휴렛팩커드는 IBM.DEC.NEC 등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대량감원으로 생산라인의 중단 등의 혹독한 군살빼기 열병에서 예외가 될 수 있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휴렛팩커드의 기업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들을 알려고 하는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휴렛팩커드에 근무하는 한국시장개발 매니저인 박동욱씨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환경차이로 한국에서 이를 도입하는데 찬반 양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들이 HP를 주목하는 것은 "HP웨이"가 한국적인 기업문화를 창조 하는데 충분한 참고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10년동안 휴렛팩커드의 직원수는 총 13%만 증가했다. 거듭되는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 1%가량의 증원만이 있었을 뿐이다.
여기에는 군살을 빼기 이전에 군살을 만들지 않는다는 그들의 방침이 녹아들 어 있다. 하지만 휴렛팩커드는 다운사이징 만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의 창조가 다운사이징에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휴렛팩커드는 월마트를 비롯해 모토롤러、 인텔사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업체들처럼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 로 꼽힌다.
이들 기업들은 변화를 인정하고 고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의사결정권을 고객가까이로 이동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경영방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중 의사결정권을 하부로 위임하는 것은 의사결정에 따르는 절차와 시간을단축 조직을 슬림화시키고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중요한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직원의 수와 이들에 대한 채용을 신중하게 하는 것 또한 쓰라린 제살깎기를 피하기 위해 이들이 채택하는 주요 방침이다.
휴렛팩커드는 BPR의 효율적인 구동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조직체계의 정비 를 시도했다.
업무의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조직을 매트릭스형태로 운영하고 조직 간의 유기적 협조를 유도하는 것은 BPR의 중요한 외형을 형성하고 있다.
각 사업영역 마다의 특성을 인정、 그에 대한 마케팅 기법을 구분 적용하는 것 또한 이들이 제시하는 주요 방침이다.
이같은 조직운영을 위해 휴렛팩커드는 책임 매니저의 권한과 역할을 극대화 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구성원들이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일을 담당 매니저들이 맡고 있다. 이를통해 부서원들은 서로의 독립적인 영역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직접비용은 물론 일에 필요한 간접비용을 줄이는 것 또한 BPR의 핵심요소 중의 하나다. 이것은 작업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것을 의미하고 있다. 조직체계의 정비를 비롯해 다양한 발상의 전환들은 모두 이같은 간접비용의 감소라는 결과로 표출되고 있다.
휴렛팩커드는 이를 통해 지난 84년에 순매출의 25%였던 직접생산비용을 94 년에는 62%로 증가시킨 반면 일반관리비용은 40%에서 20%로 감소시켰다.
휴렛팩커드가 이 모든 일들을 시행하는 데 있어 "HP웨이"를 그 바탕으로 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미샌프란시스코=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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