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셈틀 한빛 1호" 개발의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연구진에 의해 이번에 개발된 고성능 병렬컴퓨터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기가급 연산처리능력에 진입했다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아직 세계수준에 비길 바는 못되지만 기가급 컴퓨터의 개발은 국내 컴퓨터 개발수준이 슈퍼컴퓨터 개발국가의 대열에 올라선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여러 대의 슈퍼컴퓨터들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모두 비싼 돈을 들여 도입한 것들이고 보면 이번 KAIST의 "셈틀 한빛 1호"는 나름대로 슈퍼컴 시장에 내디딘 첫 발로 기록될 만하다.

이번 개발에는 연구책임자인 박규호교수를 비롯해 전기및 전자공학과의 김탁곤교수 염효준교수와 기계공학과 최도형교수、항공공학과 박승오교수등이참여했으며 박사과정의 정봉준、 최종혁、 홍준성씨 등 25명의 학생들이 땀을 흘렸다.

"셈틀 한빛 1호"의 최대성능은 2.56기가플롭스. 물론 OS를 비롯한 제반환경 이 최적화됐을 때의 수치로 초당 25억개의 실수계산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 설치돼 있는 슈퍼컴퓨터중 가장 빠른 시스템공학연구소의 크레 이 Y-MP가 16기가플롭스의 성능을 갖고 있으므로 "한빛1호"는 이것의 6분의1 수준이다. 그러나 과학계산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이 분야의 계산에 적용하면 그 차이 는 더 줄어든다. 일례로 KAIST가 이번에 함께 개발한 SW인 "초음속 항공기 유체 해석 프로그램"을 수행시켜 본 결과 크레이 Y-MP가 11분7초、 한빛1호 는 19분23초 걸렸다.

한빛1호는 KAIST가 지난 89년 첫 선을 보인 "KAICUBE-I"에서부터 시작된 KAI CUBE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KAICUBE-I"의 성능이 4메가플롭스였으므로6년 사이에 성능면에서 1천2백80배 향상된 것이며 가장 최근 작품인 93년의 "KAICUBE-860"에 비해 4배 향상됐다.

슈퍼컴 전문가들도 이번 한빛1호의 개발이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병렬처리컴퓨터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 이다. 세계적인 슈퍼컴 개발추세가 지난해 이후 병렬처리방식으로 옮아가고 있긴하지만 아직도 벡터방식의 슈퍼컴이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범용성과 응용 프로그램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KAIST연구진도 이에 따라 과학계산용 슈퍼컴으로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연산장치를 위한 운용체계를 독자개발함은 물론 병렬컴퓨터에서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환경인 EXPRESS를 이식하여 프로그래밍의 편리성과 이식성을높였다. 또 연구에 공동참여한 김탁곤 교수팀이 개발한 시뮬레이션 전용 병렬SW인 "P -DEVsim"을 비롯해 함께 선보인 병렬처리 응용SW들은 한빛1호의 활용가능 성을 높여주고 있다.

기계공학과 최도형교수팀의 "고속전철 유도전압 예측계산 프로그램"과 항공 공학과 박승오교수팀의 "초음속 항공기 유체해석 프로그램"을 비롯해 "PCB내 의 유동및 온도분포계산프로그램" "수질오염모의실험" "가장 짧은 이동거리 를 찾는 경로 최적화 프로그램" "해양생태계 시뮬레이션"등이 그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한빛1호"는 과기처 첨단요소과제의 하나로 97년 4월에 완료 될 예정인 3년과제의 1차연도 결과물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의 최적화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1백28개의 CPU를 연결한 10기가플롭스 컴퓨터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는 병렬처리방식으로 수백기가 플롭스급이 상품화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병렬처리방식과 벡터방식을 혼합한 이기종계산방식에 의한 테라플롭스 기가의 1천배)급 컴퓨터를 내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대전=최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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