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산업 수출호황 어떻게 볼 것인가 (상)

"예상밖의 수확" "가속 항진" 등으로 표현되는 전자업계의 수출호황은 산업 고도화에 따른 구조적인 변화인가、 아니면 엔고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가.

전자산업이올들어 계속 활황세를 타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지역의 수출이 올들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이후 계속해서 30%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던 전자제품 수출은 이달들어서도 40% 정도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동.남미.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출주문도 폭주하고 있다. 이에따라 전자업체의 생산라인은 현재 풀가동중이다. 대일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을 제외하고 반도체.컬러TV.전자레인지 등 일부 제품은 없어서 못팔정도이다. 그동안 국내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꺼려오던 일본 전자업체들의 기술협력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그야말로 예년에 볼 수 없던 "활황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업체들은 웬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같은 수출호황이 언제 반전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업체들은 종래 분기별로 해오던 수출목표 수정을 최근에는 월별로 시행하고 있다. 국내외 현지 지사 를 활용、 세계 경기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업계의 시계가 명확 히 트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외 자료를 바탕으로 할 때 전자업체들의 현재 공장가동률은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대도 전자업체들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이에 대한 전자업계의 시각은 "구조적 변화"와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최근의 전자 수출호황은 그동안 전자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국산제품의 브랜 드 이미지를 높여 온 결과라는 게 구조론자들의 주장이다. 전자업체들이 사활을 건 적극적인 수출전략을 구사、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온 미.일.유럽 등의 선진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수출 분야에 투자해 온 것이 결과적으로 엔고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일본을 세계 곳곳에서 따돌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의 일부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유럽.호주.남미 등에서는 세계 유명제품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라선 것을 단적인 예로 제시하고 있다. 구조적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얻은 한국산 브랜드이미지가 앞으로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 전자업체들의 엔고에 따른 수출경쟁력 상실도 이같은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일본의 히타치사는 AV기기의 수출가 하락、 에어컨 판매부진 등으로 지난해5 백억엔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도시바사는 경쟁력 잃은 VCR 등의 자체생산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미쓰비시사는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던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팀 발족 프로젝트를 보류하기로 결정했으며 켄우드사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하던 통신사업 진출을 당분간 연기했다.

미국.유럽 업체들도 남미.동남아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사정으로 볼 때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의 수출호황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게 구조론자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현재 수출호황은 일본의 엔고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가격.품질면에서 아직까지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전자제품이 해외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엔고 덕분이라는 시각 이다. 그동안 일본이 강세를 보여온 유럽.동남아시아.미국 등에서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전자제품의 경쟁력 약화의 공백을 우리나라 전자제품이 메워간다는 것이다. 일본의 엔고로 당분간은 해외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버티기에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따라서 이같은 호기를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천기술개발 계기로 삼지 않고 수출호황에만 들떠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일본이 생산공장의 해외이전 가속화 등의 자구 노력으로 엔고를 극복 、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한가지 현황에 대한 진단은 두 갈래다.

하지만 진단을 어떻게 내리든 처방전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가격.품질면에서 명실상부한 경쟁력 확보가 바로 그것이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든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더욱 강도높은 도전으로 언제 또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전자업계가 불안해 하는 이유다. <금기현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