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저장기술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이 분야 기술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자기 디스크 기술이 점차 한계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기술개발 노력이 활발하다.
데이터 저장기술의 핵심은 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다 좁은 공간에 저장할 수있도록 하되 제품 가격도 싸야 한다는 이율 배반적인 명제를 만족시키는 데있다. 자기 디스크가 데이터 저장기술의 왕좌로 군림해 온 것도 다른 어떤 기술보다 이런 명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개발된지 40년이 흐르는 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자기 디스크 기술은 그러나 점차 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지난 56년 IBM이 처음 상품화한 상업용 디스크 저장 시스템 "라막(Ramac)"은 크기가 책장만했다.
24인치 디스크 50개로 구성된 "라막"은 가격이 5만달러를 호가했지만 데이터 저장능력은 5메가바이트(MB)에 불과했다.
이후 40년이 흐르면서 자기 디스크 저장장치는 크기가 작아지고 데이터 저장 능력도 대폭 향상됐다.
오는 6월 출하 예정인 IBM의 새 자기 디스크의 경우 두께 17mm에 노트북 컴퓨터에 내장할 수 있을 정도의 소형이면서 저장능력은 40년전의 2백50배인 1천2백MB에 달한다. 가격도 7백90달러에 불과하다.
이같은 기술적 발전은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메모리 칩의 발전을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디스크 제조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디스크의 전자 역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같은 발전은 대단한 성과라는 것이다. 디스크의 저장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데이터를 읽어 들이고 저장하는 핵심 요소인 헤드의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그것이 물리적 한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헤드의 크기가 문제되는 것은 크기가 보다 작을수록 데이터가 담긴 비트를 좁은 공간에 저장할 수 있어 디스크의 저장능력이 커지기 때문.
그러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덕티브 기술은 헤드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데이터를 읽는 데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디스크 제조업체들의 딜레마다.
디스크제조업체들은 지금까지는 그래도 이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술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었으나 점점 더 넘어설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상황에 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새로운 헤드 기술개발에 연구 노력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IBM은 지난 91년 자기저항(MR;마그네토 레지스턴스)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이용한 헤드 기술을 개발한 이래 현재는 대부분의 디스크드라이브에 이를 채용하고 있다. 자기저항효과를 이용한 헤드는 좁은 공간에 담긴 데이터를 읽을 때도 신뢰도 가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IBM측의 설명이다.
이는자기저항 헤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람 머리카락 3천분의1 두께의 자기철로 만든 극소 센서 때문이다.
과거 디스크 드라이브 시장에서 별 영향력을 갖지 못했던 IBM이 최근 이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고난도의 자기 저항 헤드 기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백69달러 규모를 형성한 세계 디스크 드라이브 시장에서 IBM의 시장 점유율은 12%로 전년의 8%보다 크게 늘어났다.
현재자기저항 헤드를 이용한 IBM 디스크의 1제곱 인치당 데이터 저장 밀도는 6백44MB.
이같은 단위 면적당 저장 밀도는 자기저항 헤드 기술의 발달로 향후 연평균5 0%의 향상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술이 사용되기 이전인 80년대 디스크의 데이터 저장밀도 향상도가 연간30%였던 것에 비추어 이는 디스크 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 것이라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기저항 헤드 기술이 가능성을 보임에 따라 이 기술개발에 나서는업체들도 늘고 있다.
히타치 후지쯔 퀀텀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업체는 최근 1~2년전부터 자기저항 헤드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이들 업체는 아직까지 이 기술을 확신하고 대량 상품화하는 단계에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BM은 자기 저항 헤드 기술 개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단위면적당 몇 기가바이트(GB)의 저장밀도 실현을 위해 이른바 거대 자기저항 GMR 효과를 실험하고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지난 88년 프랑스와 독일의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GMR 효과는 MR 효과에 비해 훨씬 얻기 어렵지만 디스크상의 데이터를 읽을 때 보다 강력한 전기신호를 냄으로써 비트 저장간격을 좁혀 저장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것이다. IBM은 지난해 GMR 헤드를 처음 개발했으나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이 제품이 상용화된다면 단위 면적당 10GB 대의 데이터 저장장치가 출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리드라이트란 업체는 제곱 인치당 30GB의 디스크를 GMR 헤드를 이용, 개발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GMR 헤드가 자기 디스크 기술의 종점이 될 것이며 그 한계는 제곱 인치당 1백GB의 저장밀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다음 세기에 이 단계를 넘어서 몇백 GB의 저장밀도 실현을 위해선 자기 디스크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단이 필요하며 레이저나 감광성 박테리아, 원자력 등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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