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48)

잡스는 개발하고 있는 컴퓨터를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못했다. 퍼스널컴퓨터급으로 발표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되면 경쟁제품보다 규격이 크다. 입방체 형태와 큰 모니터 그리고 메모리 용량이 수메가바이 트에 이르러 퍼스널컴퓨터로서는 용량이 너무 컸다. 컴퓨터 가격은 비싸게책정돼 퍼스널 컴퓨터급으로는 가장 유사한 매킨토시보다 가격이 훨씬 높았다. 넥스트는 또 연산작업을 많이 하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주로 사용하는속도가 빠르고 견고하며 네트워크상에서도 잘 운영되는 워크스테이션으로 분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워크스테이션에 비하면 입방체 컴퓨터의 가격은 저렴할지 몰라도 경쟁제품보다는 속도 및 파워면에서 뒤처졌다.

다시 말해 이 컴퓨터는 퍼스널컴퓨터로는 가격이 너무 비쌌고 워크스테이션 으로는 성능이 너무 약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잡스는 그 제품을 퍼스널컴퓨터의 편리성과 워크스테이션의 성능을 겸비한 이른바 "퍼스널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신종 혼성기종으로 분류하려 했다. 그러나 이것은 퍼스널컴퓨터로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제대로된 워크스테이션으로는 하자가 너무 많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제품을 "퍼스널 워크스테이션"으로 발표할 경우 잡스 는 사실상 경쟁상대를 배가시키게 될 것이다. 즉 그는 애플.IBM 그리고 나머지 퍼스널컴퓨터업체뿐 아니라 워크스테이션업계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두명의 적을 동시에 치는 것과 같았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사는 워크스테이션 제조 업계를 주도하고 있었고 넥스트 본사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넥스트가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학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넥스트의 엔지니어들은 이 회사의 워크스테이션을 참고로 초기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했다). 선사는 넥스트보다 약간 앞서 설립되었다.

1982년에창립된 이 회사는 1983년 첫 회계연도에 8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넥스트가 창립된 1985년인 3차 회계연도에는 1억1천5백만달러의 매출을올렸다. 사람들은 넥스트와 같은 업체라면 그정도 수준을 거뜬히 따라잡을 수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넥스트가 제품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동안 선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1988년 넥스트가 입방체 컴퓨터를 발표할 준비를 마무리할 때쯤 되어 선사는 연간 매출이 10억달러를 훨씬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모든 것이 이렇듯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잡스는 선사의 획기적인 성장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본래의 취지였던 작은 규모의 경영을 포기하고 수십억규모의 대형기업으로 성장해야겠다 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선사의 매출액은 계속 급증했다. 설립 9년만에 선사의 매출은 30억달러를 넘게 되었다(IBM은 그정도의 매출을 올리는데 50년이 걸렸다). 1985년 이후 선사가 그토록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간접적 원인은 넥스트의 스티브 잡 스의 행적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또 선사는 넥스트와는 현저하게 다른 방식으로 경영되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실리콘 밸 리에 있는 이 두 회사를 비교하면 현저히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계속 변모하는 선사는 각광받을 만한 회사로 성장했다. 어떤 기준을 중심삼 아 재어보아도 선사는 1980년대 미국 산업에서 가장 큰 성공을 이룩한 기업 이었다. 예를 든다면 미국인들은 포천지가 선정하는 5백대 기업을 관심있게 지켜본다. 선사는 창립된지 6년만에 5백대 기업으로 선정되어 가장 빨리 부상한 기업이 되었다.

미국인들은 특히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성공담을 좋아한다. 선사는 이런 맥락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선사의 공동창립자 4명 모두 1954년 아니면 잡스처럼 1955년 태생이었다.

컴퓨터업계는 이 점에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미국의 진보적인 이민정책이 새 일자리 창출에 많이 공헌했다는 사실을 선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사의 초기 중역진 모두 외국태생으로 인도.독일 그리고 프랑스에서 이민온사람들이었다. 선사의 설립과정을 정리하면 미국의 신화로 여겨질 만큼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선사의 창립자들은 스티브 잡스(또는 리 아이아코카나 도널드 트럼프 처럼 자기들을 과장하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로의 공을 인정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 한명의 허큘리스형 영웅을 만드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았기때문에 선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선 마이크로시 스템즈사가 컴퓨터업계 밖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여러명의 영웅보다 한사람의 영웅을 더 좋아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려고애쓰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돌린다는 사실을 나타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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