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규격 논쟁;삼성경제연 보고서

차세대 영상기록 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의 규격논쟁 이 최근 선진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DVD규격 전쟁은 마치 80년대초 베타방식과 VHS방식으로 나뉘어져 벌어졌던 VCR규격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VCR 규격논쟁이 특정 품목에 머문 국지전의 성격이 짙었다면 DVD 규격논쟁은 전자업체뿐만 아니라 영화사 등 엔터테인먼트업체까지 가세한 세계전쟁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DVD 규격논쟁에 대한 분석과 아울러 앞으로의 전망, 국내 업체의 대응책을 밝힌 연구보고서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보고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주>DVD 규격논쟁은 지난 1월24일 도시바、 마쓰시타、 히타치、 톰슨、 타임워너 MCA、 파이어니어 등 미.구.일 7개사 연합의 공동규격 제안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슈퍼덴시티(SD)디스크"란 이름의 이 표준규격엔 전자업체는 물론 영화사 등 영상소프트웨어업체가 거의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업계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상황이 크게 불리해진 소니진영은 그러나 자신의 규격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하면서 일본정부에 규격조정을 요청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DVD 규격논쟁에서 도시바진영이 힘을 얻게 된 데에는 그동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마쓰시타측의 구실이 컸다.

애초 소니진영에 섰던 마쓰시타는 세계 표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에다 엔터테인먼트업계로부터의 지지、 HDTV 등 향후 디지털 및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 션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려해 SD방식으로 전환했다. 더욱이 0.6m m 두께의 디스크 2매를 겹쳐놓는 SD방식은 마쓰시타가 가장 먼저 확보한 기술이다. 이와 달리 소니진영의 "하이덴시티(HD)멀티미디어CD"의 디스크구조는 현재의CD와 같은 1.2mm 디스크 하나만 사용하는 단선방식. 이는 적색레이저를 사용할 경우 용량이 3.7기가B에 그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도시바진영은 복선방식의 적색레이저로도 용량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니진영은 디스크 내부에 신호를 2층으로 기록하는 기술을 사용하면7.4기가B의 용량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단선방식은 기존의 CD설 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제조비용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바진영은 복선방식이 단선방식보다 제조비용이 10~20% 정도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CD 자체의 제조원가가 워낙 낮아 판매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두 방식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또다른 쟁점은 기억용량. 소니진영은 3.7기 가B의 기억용량이 거의 대부분의 영화타이틀을 수용하는 데 충분하다는 입장 이다. 이에 대해 도시바진영은 영화산업에서 요구하는 입체음향 등 음성부문에만 1.2기가B가 필요해 소니진영의 기억용량은 크게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압축방식에서 두 진영이 모두 채용한 "가변레이트부호화방식"은 전체 디스크용량이 적을 경우 영화에 따라 압축비율의 여유가 없어 화질의 약화가 예상된다는 게 도시바진영의 주장이다.

전반적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선 도시바진영이 얼마간 앞서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우위만이 규격채택의 결정타는 아니다. VCR 논쟁에서 기술 적으로 크게 앞선 베타방식이 결국 VHS방식에게 철저히 패배했던 것이 그 실례다. DVD 규격논쟁에서 도시바진영의 최대 강점은 영화사 등 엔터테인먼트업계의지지를 받게 됐다는 점이다.

도시바진영엔 타임워너、 MCA는 물론 MGM、 캐롤코、 파라마운트 등 할리우 드의 주요 영화사들이 버티고 있다.

할리우드는 애초 DVD 규격의 주도권이 각각 영화사를 갖고 있는 소니와 마쓰 시타에 돌아갈 것으로 보았지만 도시바와 제휴관계인 타임워너가 영화사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도시바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여기에 도시바와 연합한 파이어니어가 비디오대여 체인업체인 블록버스터와파라마운트를 거느린 바이어컴을 통해 영화사의 동조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소니 산하의 소니픽처즈엔터테인먼트의 거버 회장이 지난해 9월 사임한 이후 후임자인 레베인 사장이 영화계 출신이 아닌 탓에 할리우드에서 정치력 을 발휘할 수 없었다.

마쓰시타도 지난해 경영권 문제로 워셔만 회장 등 MCA와 갈등을 빚었고 이는MCA의 도시바진영 참여로 이어졌다. 마쓰시타의 도시바진영으로의 급선회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월트디즈니、 폭스 등은 현재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도시바진영에 대한 할리 우드의 지지 분위기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도시바진영이 소니 필립스진영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서 있지만 업계공동 표준으로 자리잡는 데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소니진영은최근 새로운 규격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도시바진영의 공동규격에 맞서기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DVD 규격논쟁이 이처럼 치열한 것은 표준화를 주도하는 쪽이 제품판매 경쟁 에서 우위에 서고 기술 제공에 따른 로열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DVD 표준화는 컴퓨터와 게임기 등과 연게될 가능성이 커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정보통신 관련 업계와의 표준규격 논의에 따라 그 향방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업계의 이해관계로 인해 DVD 단일표준의 제정이 늦어질 경우 두 진영 모두 시장 창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90년대초의 미니디스크 (MD)와 디지털콤팩트디스크(DCD)로 나뉘어져 벌어진 디지털오디오 규격논쟁 은 그 적절한 사례다.

한편 DVD는 기존의 VCR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DVD 논쟁 에서 빠져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도 이른 시일 안에 국제협력관계에 동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의 국제협력 전략은 미국영화사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제공회 사의 동조를 얻어내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VCR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에 시장을 잠식당했던 일본업체가 DVD에 있어서 한국업체를 견제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변레이트 부호화화면의내용에 따라 압축비율을 달리해 복잡한 화면에선 압축률을 낮게해 화상의 나빠짐을 방지하는 기술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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