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5 변화의 바람 (9);비용파괴 확산

지난 한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던 업계의 신기류는 "가격파괴"였다. 용어의 정의도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계에 몰아닥친 가격파괴 현상은 이 젠 유통업계뿐 아니라 제조업체에도 변화를 촉구하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이같은 가격파괴 움직임에 맞바람 현상이 일고 있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원가 절감을 꾀하고 이와함께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제조업체 들의 비용파괴 움직임이 거세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등 가전3사는 올 특별소비세 인하분을 이례적으로 소급해 적용하면서 정작 특소세가 인상되는 세탁기에 대해서는이를 적용치 않았다. 인상률이 결정되면 무섭게 가격을 끌어 올리던 때와는판이한 모습이었다. 이를두고 뒷얘기가 무성하는등 논란이 일긴 했지만 이들 기업은 이미 사전에 이같은 판매가를 결정해 놓고 있다.

이른바 제조원가 절감으로 인상가를 흡수하겠다는 경영의 대변화를 준비해왔던 것이었다.

특히 가전업계는 제조원가 절감뿐 아니라 경영혁신과 물류의 자동화등을 통해 가격을 재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LG전자의 이헌조회장은 지난 4일 창립 37주년 기념을 겸한 시무식에서 올해가 LG의 "제2 혁신의 원년"임을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성사의 사명변경과 함께 강력한 경쟁력을 위한 "3백:1"운동과 단위조직별 혁신목표 추진을 새롭게 강조했다.

"3백:1 운동"이란 1달러 대비 3백원의 환율절상때를 대비하자는 것이고, "혁 신목표"의 제창은 새로운 근무자세를 촉구한 것이지만 궁극적인 내용은 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성증대와 변신을 꾀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전문업체들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인켈 아남전자 태광산 업등 AV전문업체들은 올해 다양한 오디오 제품을 선보이면서 기능을 대폭 보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능향상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분은 제품가격에 반영치 않을 방침이다. 대신 관련부품의 표준화 및 물류 자동화등의 혁신을 꾀해 이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비용파괴, 즉 비용절감의 노력 없이는 제품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각오이다.

이에따라 물류관리에도 새바람이 일조짐이다. LG전자의 경우 총4백억원을 투자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5개의 물류센터를 확대, 이전할 계획이다. 인켈도 천안공장 건설을 앞두고 물류센터의 완공을 우선적으로 추진키로 했으며,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대단위 복합물류센터를 세워 물류 비용을 줄이겠다는방침이다. 결국 이러한 제조업체의 비용절감 노력은 자칫 메이커와 유통업체의 주도권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영혁신과 맞물려 있어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을 찾아 없애는 지혜와 업무의 품질향상, 사람의 능력향상등을 통해 비용파괴를 가속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제품의 가격파괴가 비용 파괴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합리화가 최대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거세게 불어닥칠 비용파괴 현상은 업계의 경영혁신을 가속화시키는 인자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모 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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