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롯데 미도파 현대 등 4대 백화점이 지난 23일 일제히 수입가전제품 가격을 인하한 것은 유통혁명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백화점 나름대로의 의지 표출로 풀이된다. 즉 메이커에 대한 이해관계를 백화점이 바잉파워를 통해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이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입가전제품의 가격인하 폭은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고 27.8% 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백화점에 납품하는 수입가전업체들의 반발 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 백화점들이 전격적으로 가격인하 조치를 단행한 것은 백화점이 "가격창조"를 해보겠다는 뜻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백화점 관계자들도 이번 수입가전 가격인하를 유통업체에 의한 가격창조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가격창조"에 담긴 뜻은 그동안 메이커에 의해 주도돼 현장상황과 괴리가 있는 제품가를 최종소비자와 직면하고 있는 유통업체 스스로가 결정, 상황에 걸맞는 판매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수입가전제품의 가격은 그간 백화점, 대리점, 양판점 등으로 3원화돼 있었고그 가격차이도 커 백화점으로서는 폭리를 취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난마저 받아왔다. 더욱이 소비자들도 3원화돼 있는 가격구조를 잘알아 30~40%정도 할인판매하는 기간외에는 이의 구매를 꺼려 백화점에서는 수입가전제품이 애물 단지나 마찬가지였다. 백화점으로선 바로 이같은 수입가전제품의 관리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에게 항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장치가 필요했고 그것이 가격인하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입가전업체들의 반발이다. 하지만 이들도 3원화된 가격체계의 모순 점을 잘 알아 백화점의 가격인하 주장을 마땅히 거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 다. 게다가 국내 가전업계와 달리 유통업체에 대해 힘을 발휘할 수 없어 이번 백화점의 가격인하 조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백화점이 이번에 수입가전 가격인하를 한 또하나의 배경은 국산 가전제품이 메이커 주도에 의해 잇따라 인하되고 할인점의 "가격파괴"현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묘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백화점의 이번 가격인하조치에 담긴 뜻중 가장 큰 것은 유통업체가 바잉파워를 행사했다는 점이다. 백화점들 스스로도 이점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어 앞으로 국산제품 에 대해서도 백화점이 가격인하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앞으로 가전업체와 백화점간 주도권 싸움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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