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화" 기업이 앞장서야

김영삼대통령은 최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제2차 APEC(아태경제협력 체)정상회담 참석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등 아시아.태평양 3국순방을 위한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아시아 태평양시대를 맞아 김대통령 의 이번 외교활동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성과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깊은 관심을 끄는 부분은 경제외교성과이다.

우선 APEC정상회담은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외교적 차원뿐아니라 경제적 으로도 지도적위치와 역할을 담당할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자신감을 갖게해 주었다. 김대통령은 APEC정상회담에서 선후진국간의 무역자유화시기를 조정하고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의 중재자적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이 지역에서의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특히 김대통령이 발제연설을 통해 "아태지역정보통신기반(APII)"구축을 제안 한 것은 특기할만 하다. 이로써 역내 각국을 고속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이 계획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는 미.일등 선진 국들이 독점을 시도하고 있는 역내 정보통신시장에서 우리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라 할수 있다. 우리가 이같은 제의를 할수 있게된 것은 우리의 정보통신산업이 선진국에 못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것이다. 또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등 3국방문 역시 경제.산업협력면에서 APEC회 담에 못지 않은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먼저 필리핀과는 "비전2000"계획등에 대한 참여를 통해 교역활성화와 협력기반을 다지는 한편 인도네시아와는 통신, 원자력, 자동차등 고기술산업으로협력단계를 고도화할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또 호주의 경우는 상호간의 산업기술협력기반 조성을 앞당기는 획기적 계기를 가져왔다. 더욱이 김대통령을 수행한 김시중 과기처장관은 필리핀 및 인도네시아 과학기술처장관들과 과학기술협력강화, 공동연구사업확대, 과학기술인력확대등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아니라 김장관은 호주와 과학기술협정을 체결하고 산업.과학기술협력공동자금을 조성하기로 한것이다. 이와 아울러 한.호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한편 양국 정부연구기관간의 공동연구사업도 확대하기로 하는등 이들 나라들과 과학기술협력의 폭을 넓히는 기반을 다졌다.

이처럼 정부는 이번에 세계화전략의 초석이 되는 이 지역진출을 위한 기반조성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앞으로 아태지역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산업기술 및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임무는 기업의 몫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 이 적극적인 자세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한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 이번 김 대통령이 이 지역순방시에 이례적으로 많은 기업인들을 대동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APEC은 세계 전체 GNP의 57%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역내 무역의존도도 68% 에 달해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APEC이 실질적인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현실적인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각 회원국은 정치는 물론 역사, 문화, 종교, 언어등이 서로 다르고 경제력과 경제발전단계가 각기 상이하다. 그뿐아니라 미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국가들 이 추구하는 경제적 목표가 상충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일본주도의 아시아경제블록을 억제하고 이 지역의 시장개방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일본 은 이에 소극적이다. 또 기존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가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동남아국가들은 지역주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APEC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기에 앞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아래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 정.경이 다같이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시아태평양시대에 주도적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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