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업부설연 순례(25);한아시스템 정보통신연구소

모험 중소기업의 성공비율은 선진국에서도 잘해야 20%를 넘는다고 한다.국 내에선 어느 정도일까.

국내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대출에 인색한 편이다. 고급 기술인 력도 대기업으로만 몰려든다. 따라서 국내 모험기업의 앞날이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들로 하여금 이같이 부정적으로 말하는 데 얼마간 머뭇거리도록 만드는 한 중소기업이 있다.

(주)한아시스템(대표 신동주)은 대기업과 주요 연구소에서 10년 이상 연구경 력을 쌓은 엔지니어들이 지난 91년에 차린 기술전문회사다. 3년만에 부설연구소와 최신 자동화장비를 갖춘 대지 3천평의 공장을 갖게 될 정도로 성장한 회사다. 이 기업의 자랑은 무엇보다 지난 92년에 설립한 정보통신연구소(소장 송진 구). 현재 연구원은 모두 18명으로 32명인 본사 직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높은연구인력 비중도 VME보드 등 이 연구소의 손을 거쳐 국산화된 제품들에 비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VME(Versa Modu-le Euro)는 실시간처리를 필요로 하는 고속통신부문과 산업 전자제어 등 자동화부문에서 각광받는 컴퓨터기술이다. 로봇제어시스템.초고 속 기계제어.PCB검사장비.스카다시스템.교통관제시스템.광대역통신망 등 쓰임새가 많고 부가가치도 높다. 그러나 높은 기술수준과 불투명한 채산성 등을 이유로 국내 대기업들은 VME기술의 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V ME보드 시장은 모토롤러 등 소수의 외국업체에 의해 놀아나다시피 했다.

그런데한아시스템 연구소가 그동안 축적한 VME기술을 집약해 VME메인보드 (모델명 KVME040)를 자체 개발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지난 여름 나온 이 보드는 최근 외산 VME제품의 값을 연초에 비해 20% 가량 떨어뜨렸다.

단순한입출력제어보드이기 일쑤인 기존 국내제품과 달리 KVME040은 세계적 인 VME표준에 따라 개발됐고 실시간 응용체제를 탑재한 고기능 제품이다. 2, 3년 안으로 연간 1백50억원인 국내시장을 외국 기업들로부터 고스란히 되찾고 아시아권의 VME시장 판도도 뒤바꿀 수 있다는 기대는 바로 이 제품에서비롯됐다. 이 기업은 또 이더네트 환경에서 프린터, 모뎀 등 최대 8개의 비동기단말기 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터미널 서버(모델명 KTS-108)와 통신중재장치(CMD) 를 국산화했다. 이더네트 어댑터인 "LANtop시리즈", SLIP전용 MUX, X.25 카드 등 LAN과 WAN 구축에 필요한 굵직한 네트워크장비도 수두룩하다.

송진구연구소장(35)은"현재 하드디스크컨트롤러, LAN컨트롤 등 486PC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VME버스보드에 담는 것과 X.25(패킷망 프로토콜)에 직접접 속해 사용하도록 터미널 서버의 호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시스템과 보드의 국산화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광대역통신망에서의 ATM 망 핵심기술을 확보해 LAN과 WAN 등 네트워크 통합 솔루션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대상은 국내 업체가 아닌 시스코와 같은 외국의 유명 네트워크업체"라 는 게 연구소측의 말이다. 이와 관련 이 연구소는 최근 국제적인 VME 표준화 단체인 VITA(VMEbus International Trade Association)의 가입을 서두르고있다. VITA는 수백개의 관련 기업과 연구소로 이뤄진 단체로 최신 연구동향과 정보 를 나누는 행사를 개최하고 VME관련 각종 규격을 확정, 공표하면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VITA에 등록한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세계 유수의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 기술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처럼원대한 꿈을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이 이루겠다고 나선 것이다.

컴퓨터와 통신장비로 어수선한 이 연구소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두 개의 침대에서 연구원들의 연구의지가 배어나오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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