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남북경협활성화조치로 전자업계의 대북진출물꼬가 트이고 있다.
더욱이북한은 투자희망업종으로 전자분야를 최우선으로 꼽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대북 경협 공식허용을 계기로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된 전자업계의 대북투자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의 대북 투자는 민족동질성 회복이라 는 경제 외적 측면을 접어두더라도 저임금에 양질의 인력확보, 다가올 동북 아경제권의 주도권 선점등 다양한 이점이 있어 우선 임가공형태의 진출이 유력시 되고 있다.
북한과 유엔개발기구가 90년 공동으로 내놓은 "투자유치 프로젝트"에 의하면 총투자규모는 83건에 15억6천만달러인데 흑백및 컬러TV, 컴퓨터, 냉장고 등 전기전자업종은 27건에 3억4천만 달러규모로 북한이 가장 투자유치를 바라는 분야다. 북한은 최근 중공업부문을 축소하는 대신 경공업등 대외무역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와 합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자유무역지대인 라진.선봉 지역의 경우 북한은 첨단산업과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외국업체들의 진출을 바라고 있다.
북한 정부는 지난 7월 전자업체등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남한기업이 나진.선 봉지역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관련 설비의 면세통과 남한기술자및 경영자의 자유로운 왕래등을 약속한 바 있다.
첨단산업의 진출을 바라는 북한의 기대는 그러나 곧바로 현실화될 수는 없다. 정부가 투자보장협정등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전자업체 들이 섣불리 북한에 투자할 리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정부의 대북경협 허용조치에서 투자규모를 5백만달러이내로 잠정적으로 제한함에 따라 일부전자부품분야를 제외하고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한 부문은 대북진출이 당장 가시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자업체를 포함한 대그룹들은 대북경협사업초기엔 섬유, 의류, 필수품의 무역에 주력하되 투자여건이 성숙되면 점차 전자제품의 무역과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선다는 신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전자산업이 최근 맞고 있는 구조조정문제와 관련해 전자부문 의 대북투자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강영기 삼성경제연구소 전자정보산업실장은 "국내 전자업계는 최근 반도체등 엔고와 향상된 국내기술을 발판으로 고성장을 구가하는 대기업과 중국과 동남아국가의 저가제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으로 양극화하는추세 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분야에서 취약한 전자업체의 입장에선 대북투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자산업계 한쪽에선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에 주력하는등 구조조정국면 에 들어선 국내 전자산업이 이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대북투자 가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들은 모두 순조로운 대북 경협을 전제로 깔고 있고 대부분 중장기적인 전망을 담고 있다.
대북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과연 누가, 어떤 품목에 투자할까.
박성택산업연구원 전자정보산업실장은 "이중과세 금지, 송금자유화 등 투자 보장협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대북투자 기업은 그 실패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만 하는 입장이어서 전자부문의 대북투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자부문의 대북투자 초기단계에선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거나 노동집약적인 전자제품등 경쟁력을 잃고 있는 부문이 1차적인 대북투자 품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조립생산이 가능하고 투자부담이 적은 부문이대북투자의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대기업의 대북투자 추진 현황을 보면 삼성그룹은 전자, 전관, 전기, 중공업 등 계열사를 통해 소형컬러TV, 카세트, 트랜스코일 NC공작기계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럭키금성의 경우 컬러TV 등 가전제품외에도 유선전화기등 통신단말기류 등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의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대우그룹은전자 전자부품, 오리온전기등 계열사를 통해 냉장고, 세탁기, 비디오, TV등 가전제품과 관련 부품의 대북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그룹은 전자부문에 대한 대북 투자여건이 성숙되면 현재 해외투자 여부를 놓고 망설이고 있는 일부 사양제품을 중심으로 북한에 직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부품과 달리 컴퓨터등 첨단분야는 대북투자가 당분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통신망사업 등 정보통신사업의 경우 대북투자가 활기를 띨 경우 덩달아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다른 전자부문보다 투자가 앞설 수도 있다른 분석도 일부관계자들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 분야는 다른 부문보다 기술적 인 측면이 강해 남한기업의 투자로 인한 대내적 혼란을 우려하는 북한측으로 선 안심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정부당국및 업계 관계자들은 대북한 투자에 대한 섣부른 낙관은 곤란하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징후가 없어 단순히 시장경제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데다 정부간 협상등 비경제젝 논리가 여전히 대북 경협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부문은 사회간접자본(SOC)을 제외한 다른 어느 부문보다 남북간 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이라는 명분에 걸맞는 분야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분야는 단순한 물품교역이라는 차원을 넘어 기술이전등 실질적인 경제협력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크게 뒤져있는 첨단 전자기술을 습득해 국제화시대에 살아남는발판을 마련하려는 북한측과 향후 크게 확대될 동북아 전자시장을 선점하려 는 남한측의 이해관계가 전자분야에서 합치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경협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어 남북경협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단 할 수는 없지만 전자산업이 남북교류의 실질적인 물꼬를 트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산업분야의 남북협력무드는 갈수록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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